섭외의 신을 꿈꾸며...!
"네? 대리모 브로커를 취재하라고요?"
"남편과 바람난 상간녀를 추적하라고요?"
"신내림 받은 무당 몰카를 찍으라고요?"
방송을 준비하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찾고
말도 안되는 사례자를 섭외해야 할 일이 매 순간 찾아온다.
그나마 쉬운 촬영은
사람을 동원하는 일이다.
신년특집 '소원명당' 촬영을 앞두고
나와 피디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곳은 경북 영천 한 공원에 있는 돌할매 였고
다른 한 곳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사찰이었다.
두 곳 모두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영험하고 신기한 곳이었는데
문제는 촬영날짜였다.
"혹시 저희 평일 대낮에 촬영 가능할까요?"
"촬영은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날은 사람이 없어요. 파리새끼 한마리도 없을걸요~"
현장 실무자의 대답에
나는 피디에게 SOS를 쳤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그때 불현듯
엄마가 푹 빠져있는 등산모임을 생각했고
촬영지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등산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페지기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갑자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M본부 000제작팀인데요.
저희가 이번주 목요일에 영천 공원에서 돌할매 촬영을 하게 됐는데요,
회원분들 한 10분만 모아주셔서 새해 소원도 비시고~ 인터뷰도 해 주시면 안될까요?"
다행히 카페지기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지역 등산모임 덕분에
영천과 안성 소원명당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리모나 상간녀, 혹은 말도 안되는 사례자를 섭외해야 될 때다.
2013년 겨울.
당시 온라인에서는 불임인 부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통해 암암리에 대리모를 섭외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이틀 동안 뒤진 결과
놀랍게도 대리모카페는 실제로 존재했고
짧게 사연을 올리자 일명 대리모 브로커로부터 비공개 쪽지가 도착했다.
00원이면 대리모 섭외 가능합니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그 아이템을 깊게 파고드는 게
카페만큼 좋은 "정보통" 은 없다.
맘카페는 기본
사이비종교카페. 등산카페, 다이어터 카페, 상간녀 카페, 대리모 카페, 외도 해결사 카페...
그래서 방송작가가 가입한 카페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정말 별의 별 카페가 다 있다.
세상에 이런 카페도 있다고?
할 만큼 희한한 카페도 있다.
그리고 카페를 통해 취재했던 아이템을 털고 나면
자연스럽게
'활동정지' , '강제퇴장'을 당한다.
그래서 방송작가들에게
활정과 강퇴는
불명예스러운 훈장이기도 하다.
아이템을 방송에 내보려내면
무조건 "사람" "인물"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작가에게 섭외는
가장 중요한 능력치 중 하나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으로 기획을 해도
섭외를 못하면 그건 죽은 아이템이나 다름 없다.
특히 예능의 경우
출연자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다.
섭외 때문에 프로그램의 기획을
바꾸거나 엎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 역시,
섭외가 한방에 되면
그 날밤은 두 다리 뻗고 숙면하지만
섭외의 난항이 시작되면
하루종일 전전긍긍.
소화불량은 물론 잠을 설치고
급기야 사례자에게 스토커처럼 집착하기도 했다.
그래서 였을까?
한동안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일반인 사례자 섭외 브로커'가 생겨나기도 했다.
작가가 원하는 조건의 일반인 사례자를 말만하면
다 연결해주겠다고.
대신 출연료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 뒤
수수료를 떼고 사례자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섭외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작가들 사이에서
그 브로커는 거의 신같은 존재였지만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니 아이템과 전혀 상관없는 사례자이거나
이 방송 저 방송에서 재탕, 삼탕으로 출연했던 사례자인 경우도 많았다.
섭외에 울고
섭외에 웃는
방송작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퇴당할 각오로
카페 가입 버튼을 누르며 기도한다.
이번에는 제발
활동정지가 아니라,
섭외의 신(神) 으로 거듭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