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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Nov 17. 2019

본격적인 별명 짓기 시~~작!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별명과 평어 문화

본격적인 별명 짓기

사전교육을 듣고 별명을 지으려고 하니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별명이 이미 어린이집에 있어 조금 난감했다.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별명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한 교사가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들은 특이한 별명을 예로 들어주시기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해"였다. 그분은, 모두가 나를 사랑해라고 말해주었으면 해서 그렇게 지었고, 모두가 본인에게 '사랑해'라고 해주니 너무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사랑해”

나지막이 불러본다. 다시 들어도 기분이 좋은 별명이다. 아마 어딘가 “최고야.”, “멋쟁이” 이런 별명도 있지 않으려나.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공동육아어린이집 부모님들이나 교사, 관계자들이 계시다면, 멋진 별명을 덧글로 달아주시면 그 별명을 멀리서나마 함께 또 불러드리고 싶다.)


함께크는어린이집을 졸업하신 부모 중에는 “산타”라는 별명도 있으시다.

“산타!”

그분이 별명을 산타로 지으신 연유는 묻지 못했지만 아마 어린이집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에게 멋진 산타가 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부부가 별명을 정할 때 팁이 있다면, 서로 호응이 되면 다른 부부나 아이들이 처음에 더 기억하기 쉽다는 점이다.


“별사탕과 솜사탕”

“푸우와 티커”

“피터팬과 팅커벨”

“밀과 보리”

“갈매기와 새우깡”

“알콩과 달콩”

“공룡똥과 강아지똥”

“도라와 에몽”

“달마루와 별마루”


물론 개성 강한 부부들은 부부가 각자 마이웨이로 별명을 짓기도 하고, 또 함께 지내다 보면 금방들 기억해주시니 또 걱정은 넣어두시라.


한편으로 한 번 정한 별명으로 이렇게 오래 불릴 줄 몰랐다며 잘못 지었다고 후회하시는 분도 있으시니 별명은 신중하게 정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다른 어린이집에 있는 분에게 개명하듯 별명을 바꾼 사례를 듣기는 했으나 그 경우는 공동육아 관련 일을 하셔서 오랫동안 별명을 써야 하는 경우였던 것 같다. 아이가 한 명일 경우 길어야 4년 다니는데 그 사이에 개명하기는 본인도 그렇지만 주변 구성원들에게, 모든 서류를 변경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조합 생활 별명 짓기 유의사항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다.

- 부부가 호응을 이뤄 별명을 지으면 빨리 기억해줄 수 있다!

-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4세 막내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발음의 별명이면 더욱 좋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방구', '똥' 등이 들어가면 아이들이 더 관심을 보여 초반에 인기 아마로 등극할 수 있다. 

- 조합원 생활을 하다 보면 4자 이상의 긴 별명은 1-2글자 정도의 별명으로 축약되어 불린다. 축약 별명도 만족스러울지 한 번 생각해보고 실제로 스스로에게 불러줘 보라. 

- 잠깐 불릴 것 같지만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니 별명을 짓는데 신중하라!(후회하시는 분들이 있다.)

- 그런데 나중에라도 정 별명이 마음에 안 든다면, 별명을 바꿀 수는 있다고도 한다. 물론 기존 별명으로 불러주던 사람들이 나중에 지은 별명 때문에 잠깐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칠 수는 있다. 별명을 바꾼 당사자도 물론! 그리고 행정상 수정해야하는 번거로운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 번에 잘 정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부부의 별명은??

그럼 우리 부부의 별명은 뭐라고 지었을까? 주로 자연과 숲에서 자연놀이를 하는 함께크는어린이집을 ‘숲’이라 생각하고 그 속에 있는 우리 가족을 연상하고 만들었다.


먼저, 필자의 별명인 ‘연필나무’는 터전에 숲 나들이 가는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생활하며, '연필'을 열매로 맺으라는 꿈을 담아 지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놀며 좋은 글과 동화를 쓰고 싶은 작은 꿈이 반영됐다.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공동육아 부모 에세이>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별명을 불러줄 때 가끔은 처음 내가 함께크는어린이집에 들어와 별명을 짓던 마음을 떠올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곰발바닥’은 짝지의 별명이다. 짝지는 곰 같이 크고 귀여운 느낌이 있고, 뭉툭하고 두껍고 큰 발이 특징이라고 생각해 곰발바닥으로 지었다. 숲을 돌아다니는 곰(발바닥)이 연상된다. 언뜻 보면 곰이 둔한 것 같아도 예민하고 빠르다.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숲에 곰발바닥 자국을 많이 남기고 다녔으면 하는 염원도 담았다.


첫째 딸은 얼굴이 작고 여리여리하며 추울 때 얼굴이 살짝 붉어지던 게 귀엽고 예뻐 '산딸기’로 지었고, 둘째 아들은 ‘밤톨’로 지었다. 둘째는 남아라 내가 집에서 직접 이발기로 머리를 직접 자주 밀어줄 수가 있어 종종 그리하는데, 깎아 놓으면 그렇게 귀엽고 부드러운 밤톨이 아닐 수가 없다.


아, 그런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별명은 부모만 지으면 된다. 사전교육을 들었음에도 순간 뭐가 씌웠던 것인지 가족 구성원 전체가 별명을 지어야 하는 줄 알고 아이들 별명 짓는데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





마지막으로 유명한 김춘수의 <꽃>이란 시를 남기고 싶다.  

시어 중 '이름'을 '별명'으로 바꿔 읽어보길 바란다.




<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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