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레레, 사람의 말이 지겨울 때
연습 도중
그레고리언 성가대원들이
단체로 냉이백합조갯살 죽을 시켜먹는다.
방청석 어둠 속에 앉아 몰래 지켜본다.
오래 전 그곳에서 내가 들은 노래는 냉이의 목소리였을까? 조갯살의 합창이었나? 하얗게 백합이 피어나는 목젖.
그곳에서 껴안고 뒹군 것은 주름진 바람의 사구였나? 차가운 별이었나? 해저의 붉은 웅덩이었나?
그들은 말간 죽을 날름 삼키고 감쪽같이 노래한다
미제레레미제레레
그곳으로 가서 다시 귀를 돋쳐내면 다시 그 노래 들을 수 있나?
그 노래 이곳에는 다시 못올
고작 한 번뿐인
백합의 둥근 발꿈치
세상에 발 디딘 적 없는 각질 없는 그 노래.
노래를 마치고 다시 성가대원들이 사람의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귀 막고 냉이백합조갯살 죽만
생각하지.
말갛고 따사롭고 사람이 아닌 그
죽 속의 초록 냉이와
백합조개의 꽉 다문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