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하니
깨스 끄 뛰 패 맹뜨넝?
히앵 드 스뻬시알.
지금 뭐해
암것두 안해
책장 한 서가에 봄맞이 큐레이팅을 하다 아주 오래된 프랑스어 기초 교본을 본다. 아래에 음차가 되어있다.
옛날, 발음도 모르면서 읽어보았던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Le cimetière marin’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 공책을 바꿀 때마다 첫 페이지 아닌 마지막 페이지에 써두었다.
르 벙 쓰 레브
일 포 떵떼 드 비브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소리를 모르면서 눈으로 읽어보려 했던 민음사판 궁수표 문고판형 세계시인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읽을 줄 모르면서, 우리말과 프랑스어를 교차하며 읽었다고 생각한 게 정말 스뻬시알하다.
지금도 눈으로만 읽는 교본. 소리를 교정하기 틀린 건 제멋대로 알고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혀가 입천장이 똑다시 기억하지 않고 눈이 먼저 알아챈 프랑스어 공부란 건 못생긴 누에고치같다.
히앵 드 스뻬스알.
씨 오 날래 패흐 엥 삐끄니끄?
어떤 작은 서점의 서가에서 이 궁수표 시집들을 발견한 손에 수천의 눈동자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 부서지기 직전 시집을 펼쳤을 때, 손은 억세게 스뻬시알한 손이 되었다.
렘브란트 그림 ‘돌아온 탕자’에서 탕자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두 손. 오른손은 여자손으로 가날가날하고 왼손은 두꺼운 책 같은 남자손. 그 손과는 다르게 궁수표 시집의 활을 당기는 손은 왼손 오른손 분할도 없이 힘줄 불룩한 남자 손바닥에서 스뻬시알한 가늘한 여자 손가락이 불쑥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 가날한 여자 손가락의 어떤 지점에 있던 그책. 먼저 물성으로 만져지는 이걸 누가 궁수표 책이라고 불렀을까.
아직 팽팽한 활의 반원에 멈춰 있는 화살. 전사시대처럼 책으로 진입하기 직전 ‘이전以前’의 시간. 다른 세계로의 이월을 준비하는 독특하고 이질적인 ‘전前시간’.
지금 뭐하고 있어? 오늘 특별한 일 있어? 없어. 이렇게 히앵 드 스뻬시알한 봄날.
사바
-다와다 요코의 ‘지구에 아로새겨진’
프랑스어로 사바는 잘 지내라는 말이지만, 일본어로 사바는 고등어라 한다.
사바
고등어
히앵 드 스뻬시알한 날에 지나가는 사람의 사바하는 인사말에 허공에서 비늘 청명한 고등어가 팔딸팔딱하는 것 같았다. 교차 언어의 스뻬스알한 충돌.
오늘은 낮과 밤이 대등해지는 날 춘분이라 한다. 서로 등 맞대고 대등하게 앉아 삐끄니끄 가서 르 벙 쓰 레브하는 호수를 보자.
혹 어떤 스뻬시알한 존재가 있어 호수의 레버를 당겨올린 것 같지 않니. 돌아온 탕자 같은 국경을 넘어서는 범용어인 판스카 언어는 두 가지 손이 있어 정말 고등어한다. 팔딱팔딱 뛴다.
춘분은 절기상 일 포 떵떼 드 비브하기 위해 담장을 우선 고치는 날이라 한다. 돌아온 탕자에서 한사람의 오른손 왼손이 다른 것처럼 왼손 남자손으로 무너지려는 담장을 세우고 오른손 여자손으로는 봄흙을 개어 그 담장에 발라야 하는 삐끄니끄한 날이다.
날이 스뻬시알하게 따똑맨도롬해지면서 겨우내 완고하게 버티고 서있다 봄 훈풍에 녹아 삐딱하게 선 담장. 그게 위태위태한 언어의 담장이었다면.
춘분날 호수는 터키석Turquoise처럼 부드럽다. 투르키에에 지진이 오고 집들의 담장이 무너졌다 해도 탯줄을 달고 무너진 가옥에서 발견된 신생의 아가는 우리를 사바하게 한다. 고등어하게 한다.
탄생석 터키석이 번영을 상징해서 그런지 호수의 잔물결이 일 포 떵떼 드 비브하며 크게크게 튀어오른다. 호수가 어떻게든 새 물결을 일으켜 보겠다고 색색풍선을 매단 망해가는 상가번영회 같아.
최소한 이 봄에는 서울담장이는 되지 말아야지. 담장을 고쳐준다고 하곤 담장을 어깨로 받치고 있다 돈만 받고 달아나는 깨스 끄 뛰 패 맹뜨넝은 되지 않아야지. 두 손 두 발로 버티고 있다 곧바로 무너지는 담장은 되지 말아야지.
거리를 지나가다 왼손을 들어올려 모르는 사람에게 고등어하니 나를 오필리아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의 휘둥그레한 눈에 르 벙 쓰 레브하게 지나가는 봄빛. 언어의 스뻬시알한 유희.
Le vent se lève!
Il faut tenter de vivre!
*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1666년,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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