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은 언제 가보시는겨?
종전 70주년이라니, 밤을 보늬밤벌레로 쏠며 꼴딱. 언제 개성 닷근물과 함경도 안변. 이런 데 가보냐구. 점점 멀어져 ‘이질異質’의 땅이 되면. 가보지 못하구 끝내면. 어떡하니 어떡하지. 새벽을 또 노랑부리솔새로 쪼며 꼴딱. 꼴딱해시니겨.
엄마 아버지의 깨꼽쟁이 시절로 나 가보고 싶은 거였는데. 도포손님 조부는 살림새에 짠망하고 억척어멈을 모르는 조모는 강아지떡처럼 야물지 못하고. 아쿠 불쌍해시니겨. 니 아버지는 10살부터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소달구지를 끌었으니겨. 무려 10형제 아니겨. 그들의 토벽서까래집. 아버지 집은 노루궁뎅이버섯 같았시니겨. 그려 흰광대버섯이 아닌 게 다행인겨.
노루궁뎅이버섯이라니. 열 살 나의 버섯에 대한 첫번째 발성과 기원이 되겠다. 물이 닷근, 다섯 근이 나갈 정도로 좋아서 닷근물이라는 곳. 물 아래 모래가 은사 같았다 아니겨. 그 물결을 짜면 갑사비단두 되구 옥양목두 되는겨. 근데 일제가 그걸 못 알아 듣고 그저 덕암德巖이라고 무지하게 음차를 했지. 만일 가게 되면 덕암리 17번지를 찾아.
니 엄만 말이시겨. 다시 태어나면 옥솔흰버선버섯이 되고 싶다. 닷근물에 가려면 버섯 포자나 되어야 갈까. 버섯이라니요 엄마. 엄마는 버섯이 끔찍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버지도 그 구덩이에서 살아났다고요. 아버지 왼팔꿈치 아래 흉터도 총알이 관통한 거라구요. 그 구덩이에 마을사람들이 묻혔는데, 거기서 버섯이 기생충처럼 마구 자라났다구요.
주름우단버섯, 사람을 천천히 죽이고 신장을 공격하고 내장 어딘가 축적되어 몸을 파괴한다. 와인과 샤워크림에 넣은 독그물버섯.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더 끔찍한 건 먹을 게 없는 닷근물 사람들이 그걸 따서 죽을 끓여 연명했다구요. 니 아버지 같은 집 말 아니겨. 이질이 마을을 한바탕 휘돌아 간 거 아니겨. 그래두 살 사람은 다 살게 마련이야. 지금두 그 냄새가 황새기처럼 쏜다. 독버섯두 잘 먹으면 아사餓死를 면하게 해주는겨.
내가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버섯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흐릿하고 음침하며 조용할 것이다. 나는 나무나 덤불보다 더 작겠지만 산딸기 넝쿨 위에서 싹을 튀울 것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엄마, 올해가 벌써 종전 70주년이래. 매일 9시 주교님은 통일염원 기도를 올리라는데. 촛불 백만 개를 올려도 안될 것 같아. 나는 개성 닷근물에 초가 하나를 사서 구들도 놓고 아궁이도 다지고 마루에 들기름두 먹이구 싶은데 이게 뭐야. 엄마는 원대로 닷근물에 가서 흰버선버섯이 되셨수.
식용이든 아니든 오늘 4단지 앞을 지나오다가 산딸나무 아래 솟아난 버섯을 보았어. 흰 등잔 심지 같은 꽃잎에 산딸기 같은 게 맺혀 산딸나무라는 그 나무 아래 아주 새빨간 핏망울 버섯. 나는 쭈그리고 앉아 만져보았어. 기둥이 먼저 서고 촘촘히 서까래를 짜고 지붕을 올린 버섯.
총상에 팔꿈치가 구부러지지 않는 그 불구의 팔로 소달구지 끌던 아버지. 그 구덩이에서 간신히 살아나왔던 아버지는 그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평생을 살았지. 그렇게 식구들 먹일 식용유를 사고 엿기름을 사고 들깨와 팥과 찹쌀을 샀지.
기름은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감자전, 버섯, 생선 요리를 할 때 말고는. 어쩌면 오시비엥침에서 갖고온 기름은 삼 년 동안 쓰기에도 충분했을 지 모른다. 팽이버섯 크로켓 만드는 법.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그 구덩이가 아버지에게는 오시비엥침이었겠지. 광기의 아우슈비츠. 그날의 비참을 새기고 일깨우러 가서는 다 잊고 식용유나 사오는 거.
이유없이 끌려가 학살당하고 묻힌 구덩이에서 살아나온 생존자. 그 구덩이를 뒤덮었던 버섯은 그들의 ‘음침하고 조용한’ 환생이었을까.
나는 내 식탁이 팽이버섯 크로켓이 차려진 ‘노바루다’의 어떤 집 부엌이라고 생각한다. 폴란드였다가 독일 점령지역이었다가 다시 종전 후 폴란드가 된 곳. 개성의 자매도시인 폴란드 크라쿠프 근처의 어떤 곳. 국경선이 이리저리 바뀌는 이상한 곳.
나는 이곳이 그날의 기생충 버섯죽이 놓인 개성 닷근물 개다리소반이라고 생각한다. 개성은 남한이었다가 갑자기 종전회담 이후 느닷없이 북한이 되었다. 잠시 돈 벌러 소달구지 끌고 나왔다가 돌아갈 수 없는 기이한 곳.
선죽교 붉은 피를 보러 보통학교 시절엔 원족을 갔니겨. 그 근처에 쌍소나무 초가를 사서 12명 소녀를 데려다 교육을 시킨 게 그게 호수돈학교의 시작인겨. 호수돈 멋지지 않니. 나는 닷근물처럼 호수돈이 좋았어. 특히 여자들을 개화시키는 게.
아버지 닷근물 버섯 집은 아직 거기 있을까. 아버지는 늘 말이라곤 뱉지 않고 참는 사람. 국민학교때부터 소달구지를. 애구 불쌍혀라. 그렇게 소와 친하게 되어 우시장에서 좋은 소를 알아보던 사람. 소의 어금니와 귀와 발만 보면 된대. 지엽적인 걸 보면 안의 쓸모를 알 수 있으니겨.
말에서 자유로워진 턱은 버려진 그네처럼 흔들렸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닷근물 사람들은 그 어린 게 쯧쯧했으니겨. 먹지 못하고 밤낮 일만 해 빼짝했으니겨. 네 조부는 만년서생. 글만 읽는다고 옥솔 같은 도포나 입고. 먹지도 자지도 않았시니겨. 니가 조부 닮은 거 아니겨.
개성과 서울이 얼마나 멀었으니겨. 그렇게 소달구지에 송악산 흰돌을 날랐어. 가보면 아시니이겨. 그 서울 여학교 본관 흰대리석 기둥엔 아버지 피땀이 아직두 남아있으니겨.
유난히 청결해서 쓸고 닦는 걸 일삼는 개성 여자들. 빨래가 옥솔 같아. 갓 내린 눈의 인광빛이 돌아. 개성 사투리, 그 밥 드셨으겨. 이 ‘으겨’는 종지형인 것 같은데 갑자기 ‘수줍음’으로부터 발화되다 의문형으로 맺히는 것 같지 않는겨. 니 아버지 확답이 없는게 그 닷근물땜시.
호수돈에서 한글도 배우고 기예도 배웠다는 엄마는 늘 그랬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니 아버지를 만날 일도 없었시니겨. 누가 개성 닷근물이 이북이 될 줄 어떤 무당버섯이 알았겠냐구.
개성에는 감리교 선교사들이 일찍부터 들어왔어. 호수돈학교가 있었지. 캐롤이라는 여자가 세운 학교야. 젊은 과부들과 기혼여성들도 배워야한다구. 원산에 루씨 여학교가 있다면 개성엔 호수돈이야.
말과 사물은 버섯과 자작나무 같은 공생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때에만 비로소 의미가 무르익으며 풍경에서 자랄 때 소리내어 말할 준비가 이루어진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나는 호수돈여자보통학교에 대해 공부한다. 1대 교장 캐롤. 한국 이름은 갈월葛月, 역시 음차한 거에 불과한 이름. 캐롤과 갈월의 공생. 2대 교장은 엘라수 와그너Ellasue Wagner. 그녀는 이 은자隱者의 나라에 두 여자애 얘길 썼다는데. ‘복점이와 금옥이.’ 우리 엄마 이름이 바로 그 ‘복점이’야. 이 글을 못 찾아서 또 놋가위새처럼 시간을 찢으며 밤을 꼴딱.
엄마가 가꾸던 키큰 서양꽃 같은 것일까. 개성엔 호수돈여학교가 있어. 접시꽃이나 각시풀 아닌 다알리아, 글라디올라스에 대한 엄마의 집착. 아니 심장의 협착.
토양이 가볍고 모래가 많은 곳:다소 허약해 보이지만 모래처럼 고집이 세고 이동성을 가지며 미래의 냄새를 맡는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산두로에서 보았다. 거리용 나무꾼이라니. 아니 잘못 눈이 보았다. 나무끈이네. 이 나무끈은 14일용 게시 현수막. 현수막 속 미애씨는 여공에서 변호사, 여당 의원으로 갱신했다는데. 그녀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뭘까. 미애는 갱신했으나 민국은 갱신이 가능할까. ‘미래의 냄새’를 알고 있을까.
분단 70주년. 한 사람이 쇠락과 노화를 거듭하는 그 긴 시간. 개성에 대해서 다시 알아봐야겠다. 올가 토카르’축’의 토카르’추크’보다 단호한 ‘축’. 그 축이 좋아진 만큼 올가의 ‘노바루다’에서 보인다는 테이블 마운틴에 팽이버섯 크로켓, 말불버섯 디저트나 차릴 헛된 꿈, 생각 말고.
인생은 아름답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인생의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은 좌우명이 되어 문장紋章에 새겨질 수도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개성의 기와집, 접시깔깔이그물 버섯 같은 서까래. 담, 초가, 개울, 다리. 고려 국화당초문양 자개상자. 서울 말과 다른 알싸하고 수줍은 입꼬리를 올려 맺는 개성 사투리. 인삼과 생강졸임 당과, 강아지떡. 떡 속의 순한 팥앙금.
엄마 왜 이 떡이 강아지떡이야. 강아지랑 전혀 관련 없잖아. 맞니겨, 맞아. 일제는 사람들이 쌀떡을 못 빚게 했어. 쌀 비스무레한 거는 다 자기네 나라로 공수했시니겨. 일본 순사가 떡 빚는 걸 보고 이게 뭐냐구 했니겨.
개성 사람들은 본래 실리에 밝지 않았으겨. 이건 사람들이 먹을 게 아니고 강아지를 위한 거라고. 순사는 그 말을 믿고 안 빼앗아갔으니겨. 그때부터 강아지떡이 됐으겨. 참 족제비그물버섯처럼 영리한 답 아니시겨. 강아지떡이라니. 정말 통쾌하지.
맨질한 돌다듬이, 소반, 개성 냇물은 옥솔빛이야. 그 옥솔 흰옷을 입고 흙일을 하는 바지런하고 경우진 사람들. 아버지는 북한에 아내와 아들이 있어. 니 엄마두 마찬가지시겨.
개성이 수복되었으니 아무때나 갈 수 있다고 믿었시니겨. 난데없이 금촌으로 피난했다가 이게 뭔 변이시겨. 군사 분계가 이케 그어질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시겨. 기달리다 기달리다 개성으론 다시 못 돌아갈 것 같애. 결국 니 외할아버지 훈수로 나 ‘복점이’는 고향 사램 니 아버지랑 여그서 살림을 합쳤으니겨.
아버지면 그냥 다 묻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또 그날따라 굴참나무, 아니 도토리나무 아래 노루궁뎅이버섯을 보고 한겨. 니가 자란 곳이 ‘수용소’라는 지명으로 불린다고 넌 앙큼하게 싫어했지. 왜 피난민수용소가 마을 이름이냐구.
나는 기차를 탄다. 일산, 운정, 금촌, 월롱. 월롱은 ‘달 바구니’이라지만. 내게는 차라리 월롱. 달에 벙어리가 된다는 뜻으로 다가와. 아름답고 성큼성큼 나아가게 하는 지명이야. 월롱, 달에 귀먹는 농아. 아버지도 이 달빛에 턱이 ‘부서진 그네’처럼 말을 다문 사람이 되었을까. 월롱, 누가 지었을까. 문산, 도라산, 개풍. 다음은 어딜까.
달리아, 글라디올라스 같은 서양 화초들, 흰 그림자파란 눈의 서늘한 선교원들. 닷근물 속 교회당과 여자들을 위한 기숙학교. 쌍소나무집 마당의 싸리비 자국들, 깨끗한 빗물 고인 봉당들. 소와 달구지들. 귀얄문 회청빛 도자기들.
물이 많은 곳:연약하고 예민하고 피부가 어둡다. 파란 정맥. 과거에 머무르고 여행을 싫어한다.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개성 닷근물, 물의 품성을 가진 아버지와 모래의 성향을 가진 엄마 복점이. 여자들이 소나무 아래 망태비단우산버섯을 보고 애를 배는 곳.
니는 이 망태우단버섯에 싸여 이곳에 왔으니겨. 흰젖버섯이 너를 길렀고 밤그릇버섯이 놋그릇으로 반짝이면 추석이 멀지 않았으니겨. 그러면 손이 두덕두덕해지도록 토란대를 꺾고 토란을 캐고 토란국을 끓였으니겨. 놋그릇을 모래로 닦았으니겨.
미끌거리고 점성이 강한 찐덕대는 토란. 개성 사람들만 그 맛을 안다는 토란. 땅 속의 계란. 추석 무렵이면 어찌 아셨으니겨. 먹을 게 없는 명절이 될까봐 개암나무 아래 노루궁뎅이버섯이 불쑥댔으니겨. 그걸 따서 데치고 무치고 부치고. 개성 여자들은 나무들과 공생한 버섯처럼 아름다웠어. 휘영청 달로 밤그릇버섯을 닦았으니겨.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황종례 분청, 귀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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