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토마토를 그리세요

-스텝 론데

by 시인 이문숙

찰토마토

새빨간 완숙토마토라면


태양의 감춰둔

화약고


토마토 땡볕 직장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던


맞아, 걸 크래쉬

토마토 엄마는

토마토 작목반 걸 크래쉬


토마토 상사에게 야단 맞으면

토마토 탕비실에서 찔찔 짜지 않고

나 잘못 없어

묵묵히 일만 하던


해진 여중 교복 블라우스

고무줄 늘어난 내 체육복 반바지

아버지 넥타이로 질끈 묶고


토마토

오직 완숙 찰토마토


토마토 밭 귀퉁이 사시사철

겨울에도 얼지 않는 물 웅덩이 있어


랭보의 취한 배처럼 거기서

더러워진

흙발 땀 다 씻고


옷 싹 갈아입고

빳빳한 블라우스 치마로

또각대며 퇴근하던

요즘 같은 경력단절두 없어


그러나 토마토 한 철

손톱 밑은 시커맸어


태양의 흑점 검은 물웅덩이

거기 찰랑였어


토마토 엄마가 하는 검은 밥

나는 그 밥이 무서워

배 안 고프다고 안 먹었어


이걸 무용이라면

무용이라고 해도 될까

무용은 쓸모없음의 그 무용일까


토마토 거울이 사방에

붙어있는 방


이 스텝은 발로

있잖아요

토마토를 그리는 거예요


제철 찰토마토 있잖아요

왼쪽 발로 한쪽을

오른발로 다른 쪽을


허리는 쭉 펴요

토마토 가짓대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잖아요


바닥만 보지 말고

태양 화약고

토마토


토마토 상채기 나면

거기서부터 썩잖아요


올해처럼 푹푹 찌는 여름

화룡점정은


냉소바에

토마토 한 쪽 얹는 거


방울토마토 아니고

커다랗고

잘익은 완숙토마토로


태양의

화약으로


그러나 태양의 다른 흑점은

토마토 엄마

폐를 다 망가뜨리고

결국 자가호흡을 잃고


반원과 반원 합쳐져

아주 커다랗고

둥근


토마토 엄마

맨나중 인공호흡기 뺀

작은 구덩이에서

마지막 뻘건 핏물 즙액 쭈르르


그러지마

엄마 그곳에도 일만 하려고


또 토마토

농사하려고 그래


이 스텝은 *론데 ronde

발을 돌려 둥근 원을

토마토 완숙 토마토

그것처럼


탐스럽고

유연하게


역사란 그런 것이잖아요

발을 질질

노예가 쇠고랑 철렁이며 걷다가도


그 뭐죠 비통한 것으로만 끝나면

그 뭐랄까 역사란 게 없겠죠


슬퍼도 번쩍하는 환희를 광기를 담아

언젠가 해방이 올거야

이런 열망을 담아


토마토 여자

태양의 흑점마저 품어주는

그 자세로


토마토를

발로 그리는 거예요

올해는 작황이 좋아


토마토 엄마는

폐가 망가져

인공호흡기 끼고 침상에 누워


말이 새서 손바닥에

토마토 필담을 하고


오늘은 아무개 생일이야

전화 드려라

집안 대소사 다 챙기고


수화보다

더 현란했던

손바닥 토마토 대화


끝날 때까지 다

끝난 건 아니라는데


토마토

벌떡대는 심장으로

태양 볕 감전된 발바닥

살가죽 너덜대도록


토마토

아픈 폐로

망가진 콩팥으로


퉁퉁 부은

발가락 꽉 오므려


토마토 비명 지를 때마다

토마토 쉬식대며

호흡 가빠질 때마다


엄마 토마토 엄마

고통이 올 때마다


발로

토마토를 그려요


둥그렇고

살캉하게


소바에 얹혀진

한 조각

토마토처럼


*김원숙, 바늘비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 벗겨지고 발가락 툭 떨어지도록.


#쉘위댄스#폭염#기후행동#스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