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처럼 살아
지나가는 까치는 흑백이라서 흥미가 없다
손톱에 더 많은 에나멜을 칠하고
며칠동안 위통이 온 나는 양배추와 감자와 양파를 끓인다
손톱에 큐빅이 몇 개 박혀 있을까
큐빅이 하나씩 달아난 손톱은 조금 가벼워졌을까
식어 굳은 야채스프 속에서도 반짝이는 큐빅
큐빅을 채집하는 입 속 흰니가 검은니를 목격한다
흑백의 교란 모르는 백색증 까치가 깍깍댄다
후루룩 죽 마시는 소리처럼 까치는 누군가 앓아대는 시간에 관심이 없다
퍼드덕대는 소리의 손톱이 여름 용 유리그릇을 긁는다
유리는 상처에 결벽하고 배타적이라서 흠집 하나 없다
엘리자베스 칼라를 단 강아지 시츄는 자신의 고통 지수를 모르면서 상처의 중심을 핧으려고 빙빙 돈다
지나가는 까치는 솟구치던 허공의 검은니를 몰라서
새해 첫날 두려워 걸지 못한 새하얀 벽달력 같다
달력 속 숫자는 쉴새없이 째각거리며 속눈썹 없이도 운다
가느다란 속눈썹에 매달려 살려줘 대롱대는 투명한 큐빅의 목소리
며칠째 까치 깃털로 만든 슈미즈를 입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매일 끓이는 양배추 감자 양파와 달력
단추와 시계와 투명한 여름 그릇
길어진 손톱에서 빛나는 큐빅의 위장색
위산에 섞이는 약알칼리성 시간
너는 손톱에 본드로 붙였다 떨어진 큐빅만큼 가벼웠니
슬픔의 면세점에서 구입한 깃털 침구는 푹신한 절벽 같았니
겨드랑이에 날개 덧댄 너는
깃털 달린 펜으로 유서를 정서하다가
1월 1일 새날 새날이 훨훨
너는 새날처럼 살아 살아야
또박또박 쓰다가 떨어지려던 절벽으로 다시 뛰어올랐니
이 말이 안 들려 안들리냐구
비명도 모르는 상처에 박힌 큐빅처럼
까치가 꽁지 깃을 탈골하며 날아가
파랗게 질린 허공을 쿡 찍으며
통증도 없으면서 소리치는 철필처럼
도대체 뭐야 뭐라는 거야
새날이 면도날로 느껴진다는 거야 뭐야
너는 알 수 없어 몰라 몰라도 돼
눈물에게 속눈썹은 절벽일 수도 있어
달력 속 지혈되지 못한 날짜들처럼
손톱에서 굴러떨어져 야채수프 속으로
들어간 큐빅처럼
눈물이 무색인 거 같아 아냐 아니야
깃털 펜에서 줄줄 색색으로 새기도 해
백주 대낮 소등을 모르고 점멸하는 가로등처럼
속눈썹에 걸터앉아
깍깍깍
달력 속에는 어김없이 까치가 강아지 시츄처럼
낑낑대며 침엽의 나무 아래 있다
*김원숙, The le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