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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Oct 08. 2017

흑발과 검은 스타킹

브링크만의 '빨랫줄 위의 비애'

H 흑발이 배배 꼬인  ‘검은 스타킹' 같다. 그녀를 흘스치듯 만나고  , 이전에 읽었던 독일 시가 다시 궁금해졌다.

책장을 뒤져, 고려원에서 1995 발행한 롤프 디터 브링크만의 '빨랫줄 위의 비애' 찾아 읽는다.

 그루의 헐벗은 나무 사이에

검정색 스타킹 하나가
 꼬인 

 다리에서 물이
 밝고, 이른 햇살 속에서
 위에 방울방울 떨어진다.
                  -'빨랫줄의 비애'에서

검은 비애가 방울방울 떨어진 돌의 이마에 검은 마스카라 같은 빛이 번져간다.  빛이 어둠으로 탕진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밤들을 행상하며' 발품을 팔아야  것인가.

상업적인 빛들이 흩뿌리는 밤을 보부상처럼 지고 가다,  빛을 흡수하는 시가지의 여자들이 모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는 착란에 빠진다.

눈부신 조명 아래,  빛들을 빨아들이는 무희의 검은 마스카라처럼, 사막 모래의 눈부심을 막는 미어캣의  아래 검은 테두리처럼, 빨랫줄 위의 '꼬인' 검은 스타킹처럼,

오랜만에 밀폐용기 같은 12 마지막 밤을 빠져나온다. 빨래줄에서 검은색 스타킹이 방출한 어떤 ‘방울방울. 돌 위에 빛얼룩을 만드는  밝은 비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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