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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Oct 29. 2017

조개와 슬픔

-홍순명 작가의 '라 비앙 로즈'

먼 바다에 적조가 온다. 참돔이 솟지 않고 해조류가 무력해진다. 앵무조개가 폐사한다.

그런 소식이 오면, 바다 생물도 아닌 사람인 내가 슬퍼진다. 끼니를 건너뛴다. 기쁜 일이 생길까봐 옹송대고 조마조마한다. 되도록이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말을 아낀다.

(심지어, '참돔'의 '참'을 '진실'로 비껴 읽고, 참돔이 솟지 않는 건 세상에 허다한 거짓말 때문이라 믿는다.)

조개는 그 아이들이 흘러오는 걸 보며 또 얼마나 슬펐을까. 산호들은 얼마나 몸이 빨개졌을까. 갈조류는 얼마나 소리없이 어깨 들썩이며 울었을까. 석수어 머리 속 돌멩이는 얼마나 더 조그마졌을까.

조개는 사람의 일을 슬퍼하고, 사람은 조개의 일을 아파한다.

홍순명 작가의 작업실에서 내 눈을 붙잡은 건 그의 대형 작품이 아닌, 그릇에 담겨있는 그 바다에서 '그날의 일'을 입 벌리고 바라본 '조개들'이다. 작가는 팽목항에서 그 조개들을 주워왔다 한다. 조개의 시선으로 그 바다의 일을 되돌려보는, 이러한 애도의 형식. 나도 그런 생각을 마찬가지로 했었다.

홍순명 작가는 사설미술관, 개인화랑, 아트페어에 참여하지 않는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의 작가다. 현재 대구시립미술관 'La vie en rose'전에서, 세계의 '장미빛 거짓말'을 '붉은 아우라'처럼 뿜어대고 있다.이를테면 '장미빛 묵시록.'

그가 가장 경멸하는 예술 장르는 '문학.' 문학씨, 다음 번에 이 이질적인 홍순명 작가 모시고 그 이유 들어보지 않을래요. 우리 '아연실색'해보지 않을래요.

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내가 금촌국민학교 다닐 때, 매해 봄 원족가던 봉일천 공릉 어귀, 가는 길 미군부대가 도열해 있고, 그곳에 기대살던 슬픈 여자들의 해진 육체들이 펄럭이던 곳.

이내 내 마음에 적조가 오고, 그만 앵무조개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세월호 엄마들을  걱정한다. 아이들을  세상으로 보냈던 여자들의 육체에선 속에선 슬픔의 해수가 출렁댄다. 우리의 눈에 누가 장미빛 안경rose-colored glasses 씌우려 하는 걸까.


#홍순명#사이드스케이프#아람누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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