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의 어떤 날의 기록
지금은 훌쩍 넘어버린,
서른 즈음 어떤 날의 기록을 들춰보다
서른 즈음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고작 스무 살이 갓 넘은 나이여서 내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그저 먼 훗날, 언젠가의 나이일 뿐이었다. 무심코 흘려 들었던 선율은 무척 차분했고, 이십 대 초 언젠가 노래방에서 친구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 화면으로 보았던 가사는 왠지 청춘과는 동떨어진 공허하고 쓸쓸한 서른의 나이를 상상하게 했다.
그무렵 나에게 '서른'은 치열한 청춘을 겪어낸 대단히 대단한 어른의 나이였다. 그래서 서른 즈음이면 나는 뭔가 대단한 것을 이뤄놓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불안정했던 이십대를 지나 안정기에 들어선 서른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 무렵 내가 상상했던,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멀고 먼 나이 서른 즈음이 된 지금.
나는 분명 스무 살보다 치열한 청춘을 겪고 있다. 스무 살, 꿈만 좇았다면 서른은 현실과 꿈을 끌어안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스무 살보다 더 많은 숙제를 안고 더 많은 방황을 하는 나이더라.
와 보니, 서른은 그랬다.
- 서른 즈음의 기록. 그리고 지금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은 어떨까.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치열한 삼십대를 살고 있는 지금.
고민의 폭은 더 넓어졌고, 선택의 폭은 더 좁아졌다. 슬퍼할 일은 아니지만 서글픈 일이 많아졌다. 나쁘지 않은 것은 잔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이 생겼고 잔비를 막아낼 지혜가 생겼다. 하지만 어른의 나이를 실감하면서도 어른이 되려면 먼 것 같다.
문득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이 궁금해졌다.
그때는 정말 대단히 대단한 어른이 되어 있을까.
* 메인과 글에 담긴 사진은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