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조에 관한 기억, 그리고 기록
스물 넷. 문조의 기억
새장을 들여다 봤다.
얼마나 컸나...
사실 그렇게 봐도 큰 건지 알아볼 수도 없다.
안녕? 뭣들 하고 있어...?
두 개의 새장.
새장 하나에는 두 마리의 문조,
또 하나의 새장에는 한 마리가 죽고 혼자 남은 문조
예민한 성격의 문조는 우리집에서 유난히 왕성한 번식을 했고, 몇 년간 부화해서 살아남은 새끼 문조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사이 새장이 하나 늘었다. 둘 이상이 있으면 주둥이로 쪼면서 싸워대는 바람에 아빠가 새시장에 모두 갖다 주고 결국, 처음 키우던 행복이, 기쁨이 한 쌍과 그 첫 자손 사랑이와 이름없는 새 한 마리가 남았다.
그러던 중에 그 이름없는 새가 죽었다.
이름을 안 붙여줘서 그런가...
가끔씩 새장을 들여다 보며 새들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음...네가 행복이냐, 기쁨이냐...
그러면서 대화도 해 보고 - 물론 일방적으로 끝난다 - 가끔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매일 같은 음악을 틀어주면 식물도 반응을 한다는데, 우리 새들이 그정도는 알아듣지 않을까, 같은 노래를 불러주면 그 노래만큼은 알아듣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냥 가끔씩은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을 우기면서 새들에게 중얼중얼 말하고 흥얼흥얼 노래한다.
재미있는 건, 내가 새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요리조리 관찰하고 있으면 새들은 그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하는 종족이냐.'
내가 제 주인인지도 모르고 이런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응시하는데 그 기분이 참 묘하다. 어린 아이가 동물원에서 처음 본 동물을 쳐다보듯 나를 그렇게 쳐다본다.
'내가 너네들 건강식 챙겨주며 키워준 주인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를 새초롬하게 쳐다볼 때면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기분이 참 묘하다.
뭘보니...
먹으라고 넣어 준 물통에서 매일 들어가 목욕을 하고, 푸드덕 거리며 목욕한 물을 털고, 가끔 나란히 베란다 밖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멀뚱히 앉아 있는 한 쌍의 행복이와 기쁨이.
너네는 뭘 생각하니...
지금 무슨 생각해?
그렇게 내게 등 보이고 밖을 보며 앉아 있는 둘을 한참 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둘에게 소외된 기분도 든다.
그렇게 작고 작은 새장 안에 꽁꽁 갇혀 있는 게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들의 공간에서 참 평화로워 보인다.
내게 말을 좀 해줘. 너희는 어때?
안녕?
나의 새들이 나에게 인사 한 마디 할 수 있었으면. 강아지처럼 달려들어 꼬리 흔들면서 반겨주듯이.
혼자서는 외로워서 못 산다는 문조.
둘 이상이 있으면 서로 싸우며 상처내는 문조.
유난히 예민해서 모이도 다 헤치고, 깜박 잊고 열어 둔 문틈으로 빠져나와 추격전을 펼치기 일쑤에, 둥지를 쪼아 목에 실이 걸려 가슴을 철렁이게 하고, 내게 등보이고 둘만의 시간에 질투나게도 하지만,
그래도 새들은 예쁘다.
내가 시시콜콜 텋어놓는 잡담에 우리 사이엔 남 모르는 비밀도 있고, 남에게 못 들려주는 내 콧노래도 곧잘 들어준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 십 년도 넘은, 스물 네 살의 기록.
그리고 새들이 보고싶다.
* 메인 사진은 어느 날 카페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