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작은 눈

아름답게 빛나게 해 줄게.

by 해날

이름까지 지어줬던 나의 첫 차는 나를 떠나 아빠에게 갔다.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안팎으로 적용된 곡선과 동그라미로 가득한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시며 정성 들여 만든 차라고 좋아하셨었다. 해가 진 시간에 선택했더니 낮에 본모습이 낯설어서 적응의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나보다도 부모님이 더 만족해하셨던 차였다. 내가 캐나다에 없는 동안에 아빠가 애용하셨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나와는 그저 추억을 공유한 사이가 된 것 같다. 아직도 처음 집으로 데려오던 날의 느낌이 생생하지만, 같은 차임에도 요즘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외출할 때 가끔 타는데 가지고 나간다고 집에 통보를 하고 나간다. 우리 사이는 이렇게나 멀어졌다.


아빠는 매일 이 차에 울집 막내를 태우고 산책을 가신다. 토론토 곳곳에 있는 다양한 공원을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골라서 다녀오시는 것이 아침 일과다. 아빠와 나는 둘 다 차를 있는 그대로 타는 편이다. 뭔가를 걸어 놓는다거나 올려놓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뒷좌석에 막내를 태우기 위한 커버가 있을 뿐이다. 차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동과 함께 메시지를 띄운다. 아마도 헤드라이트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나온 것 같다. 엊그제 후드를 열어서 살펴보시는 것을 봤는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인지 다시 열어보고 계셨다.


난 초기의 오너라서 헤드라이트를 갈아본 적이 없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일을 직접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영상을 보거나, 작동방식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나와는 관련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여겼던 것 같다. 헤드라이트 전구쯤은 운전자가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 거라고 하는 아빠의 얘기에도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다. 근데 매뉴얼을 뒤져보니 그림과 함께 교체하는 방법이 나와있었다.


문제는 'unclip'이라는 부분이었다. 클립을 푸는 방법이 하나는 아니지 않은가. 둘이서 헤드라이트 하나씩 잡고 촉감으로 클립을 찾아 씨름을 해봤는데 풀리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서 봤는데도 왜 풀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직관적으로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저 시도하던 마음을 접고 현대인의 지혜의 샘인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다. 맨 처음에 떠있는 4분 정도의 영상에서 필요했던 몇 초의 장면을 TV에 띄워 함께 보면서 너무 쉬워서 둘 다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알고 나니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싶다.ㅎ


아빠와 함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전구를 갈았다.

캡을 돌려서 연다. 커넥터를 뽑는다. 클립을 살짝 들어서 당긴다. 수명을 다한 전구를 꺼낸다. 새로운 전구를 커넥터 모양에 맞춰서 넣는다. 클립을 다시 건다. 커넥터를 꽂는다. 캡을 돌려서 닫는다. 끝.

전 오너와 현 오너 둘 다 헤드라이트 전구 교체의 전문가가 되었으니 우리 추선이의 동그란 눈은 항상 반짝반짝할 것이다.ㅎ


반짝반짝 작은 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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