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반짝임

반짝반짝 작은 별이 은하수를 만들 수 있을까?

by 해날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거의 없었다. 파란색 종이에 하얀색 물감으로 슥슥 한 번씩 붓질한 듯한 구름이 조금 보이는 정도였다. 여전히 여름 날씨여서 10분도 안되어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걸을 수 있는 날씨임에 감사하자며 불쾌해지려는 속 좁은 마음을 다독였다.


시원하고도 상쾌한 레몬 맥주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Beer Store로 향하고 있던 찰나였다. 어느 가게 앞 빈 공간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 옆에 전동휠체어를 탄 남자가 보였다. 등지고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햇빛이 강한 날씨인데도 피크닉 테이블 가운데 있는 파라솔 용 구멍은 비어있었다. 파라솔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마도 지난 며칠 동안 날씨가 선선해서 파라솔을 걷어버린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려고 하는데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흔쾌히 대답하면서 돌아보니 감자튀김과 함께 나온 소스의 뚜껑과 씨름하고 계셨던 것 같다.

건네주는 소스를 바로 받아서 테이블에 내려놓고 손가락 힘을 조심스럽게 조절하여 뚜껑을 열었다.

"여기저기 튈까 봐요."라고 말하는 남자의 손을 슬쩍 보니 힘조절을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오른쪽 손 앞에 놓아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고맙다고 말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I'm happy now."


우리는 둘 다 웃고 있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서 기쁜 나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그분. 가슴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엄청 큰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 필요로 한 순간을 우연히 만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나의 하루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존재의 가치를 확인해주나 보다. 잠시의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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