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아서 코모가 된 걸까?
내가 두 걸음을 걸을 때 세 걸음을 걸어야 하는 조카 둘을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갔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한 번에 걷기에는 힘들 수 있기에 가다가 의지가 보이면 쉬어가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조형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하면서 무사히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예약한 도서를 가지러 온 거였지만 같이 와줬으니 조카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기로 했다.
토론토 시립 도서관에서 찾은 한국 작가의 그림책에는 한국의 동네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 책 섹션에 전시된 책 중에 하나였는데, 김지현 작가의 <Blue Sky Morning>이라는 책이다. 빨간 벽돌의 담장과 단풍으로 물드는 나무들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단층의 가게 건물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보면서 잠시 살았던 성북구가 생각났다. 정겨운 골목의 풍경이 아직도 살아있는 동네였다.
"고모가 한국에서 살았던 동네도 이렇게 생겼어."
"....."
"진짜야. 딱 이렇게 생긴 동네에서 살았어."
알았다는 얼굴로 올려다보던 조카는 다음 책을 가지러 가버렸다.
하긴 추억이라는 것의 즐거움을 알기에는 조카가 지구에서 보낸 시간은 아직 짧다.
다른 책을 고르는 조카를 보면서 작가의 이력을 읽어보니 성북동에서 살았던 분이었다...!
이런 우연?같은 일이라니. 왠지 행운의 순가이 당첨된 기분이 들었다. 오에~!
벌써 몇 권째 책을 훑어보고 있는 조카들을 보면서 나도 다른 그림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Lunch from Home>이라는 Joshua David Stein이라는 작가의 책이었는데, 등장 아이 중 한 명의 점심으로 김밥과 한국 반찬이 나온다. 알고 보니 4명의 셰프의 어린 시절을 참고해서 만든 스토리라고 한다. 미국으로 이민 온 가정의 친구들이 가지고 오는 다양한 음식을 서로 존중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샌드위치를 먹는 경험은 나도 있다. 솔직히 점심에 샌드위치만 먹는다고 상상하면 벌써 지겹다. 이 책의 재밌는 부분은 본문 어디에서도 나라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미 어느 정도 알기에 그런 건지 아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자이었으면 좋겠다.
영어로 번역된 이야기와 서울의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한국작가의 그림책.
미국 작가가 엮고 중국 작가가 그린 4명의 셰프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속 다양한 음식.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있는 조카들과 나의 대화.
어질어질하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다 보니 놀이터가 보였다.
"코모, slide 타도 돼요?"
"좋아. 놀다 가자. We have like 30 mins to play. Let's run!"
이리저리 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어나 문화가 다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다 같이 즐거우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