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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은 Nov 09. 2020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

그림책 읽어주기 어떻게 할까?


안녕하세요. 마리쌤입니다. 

오늘은 그림책 읽어주기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많은 부모님들께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아이에게 그림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그림책의 의도를 잘 전달해준다는 의도를 가지고 읽어주십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십니다.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나, 그림책 읽기를 함께 하는 아이, 그리고 그림책이 만나 멋진 화음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책의 세계와, 나의 세계, 아이의 세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죠. 이 다른 것들이 만나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꼭 경험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실천은 참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자꾸 무엇이든 설명하려고 들 때가 많아요. 이상적으로는 그림책 읽기를 저도 즐겨야 함을 알면서도, 아이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저를 발견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엄마의 자아가 이길 때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할 때마다 제 스스로도 깨닫고 다시 새기고, 배우곤 해요. 


그렇다면, 그림책 읽어주기의 하모니를 어떤 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지,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나는 개다'를 예로 들어 말씀드려 볼게요. 


백희나 작가님의 '나는 개다'는 영아와 유아 사이에 있는 저희 아이에게도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여자 어른이자 엄마인 제가 볼 때, 이 그림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구슬이와 동동이가 둘이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장면이었는데요. 


우리 아이의 첫인상에는 구슬이에게 밥그릇이 따로 있다는 것, 그리고 커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새롭고 재미있었나 봅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늘 구슬이의 밥과 밥그릇이 나오는 부분만을 읽어달라고 졸랐거든요. ^^ 


이 책을 한 50번쯤 읽었을까요. 어느 날 아이가 제가 인상 깊었던 마지막 장면, 동동이와 구슬이가 함께 자는 장면을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구슬이 밥그릇이 나오는 그 페이지도 좋아합니다. 




우리 아이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제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엄마는 이 장면이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50번쯤 읽어서 그랬을까요? 

무엇이든지 우리 아이의 마음에 그 장면이 남았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이겠지요.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저의 변화입니다. 


저도 아이처럼 구슬이 밥그릇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예전이라면 참 관심 없이 지나갔을 장면인데, 이제는 '그러게, 구슬이에게 밥그릇이 따로 있다니, 구슬이도 커서 밥을 먹다니!' 예전에는 이런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그림책과 아이와 책을 읽어주는 내가 함께 그림책 '나는 개다'의 세계를 만나 새롭게 의미를 구성해갑니다. 그냥 책을 그대로 읽어주기만 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멋지고 깊은 화음이지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댁에서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그 마음과 태도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서로의 마음속에 그려진 그림책의 의미를 나누고, 더 깊게 이해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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