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이은 Jan 25. 2023

아이들은 왜 쓰기 싫을까?

초등중학년과 함께하는 리터러시 교육


쓰라고 하시니 쓰지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쓰기'라는 의사소통 수단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쓰기를 연습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쓰기를 연습하는 것에 비해 쓰기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적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저 '쓰라고 하시니 쓰지요' 라는 태도로, '나에게 주어진 빈칸을 채운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합니다. 


여러분은 쓰기를 좋아하십니까? 아마 대부분 아니라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저는 쓰기가 직업인데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언제나 참 힘이 듭니다. 여러분도 비슷하실거예요. 읽는 것도 힘든데, 쓰는 것은 더 힘들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힘든데도 글을 쓸까요? 


혹자는, 쓰기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절반의 정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기 활동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쓰기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쓰게 하는 힘도 제가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해력'이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내가 공부한 것들, 경험한 것들을 잘 담아서 여러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끝!' 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늘 궁금하고, 댓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응해주실 때 더 힘이 나서 쓰게 되거든요. ^^ 



제 글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행복합니다. � © StartupStockPhotos, 출처 Pixabay



독자의 부재 


정리하면, 아이가 열심히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었을 때', 읽은 후에 '그 글에 담긴 생각을 알아줄 때' 아이도 글쓰기에 대한 동기가 생기게 됩니다. 이제 아시겠죠? 아이들이 왜 쓰기를 싫어하게 됐는지요. 그것은 바로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내가 쓴 글을 읽을 사람도 없는데, 굳이 이 힘든 글쓰기를 하라니, 아이 입장에서는 의미도 없는데 힘은 드는 괴로운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쓰기 교육에서는 실제 상황 맥락을 고려할 수 있는 '실제적 과제'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학교 교육이라는 상황이 실제적인 쓰기 상황과는 거리가 꽤나 멀기 때문에 아이들이 글쓰기에 대한 동기가 낮고, 쓰기 과제를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평가가 아닌 반응'이 꼭 있어야


그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교사, 부모, 친구들이 독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글을 읽을 때 가장 주의하셔야할 점은 평가만 하지 않는 것입니다. 평가에는 칭찬도 포함됩니다. 잘썼다고 하는 것도 아이의 글에 대한 평가니까요. 다음에는 잘 쓸 수 없을까봐 힘들수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평가가 아닌 반응'을 할 수 있을까요? 쉽습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응을 해보세요. 그 사람의 글에 대해서 좋아요! 싫어요! 보다는 그 글에 대한 생각, 느낌, 내 경험 등을 꺼내서 댓글로 달게 되잖아요? 똑같이 아이의 글에 대해서도 그 글에 대한 생각, 느낌, 관련된 나의 경험등을 꺼내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부모의 적극적 리액션! 도움 됩니다 © sofatutor, 출처 Unsplash


글을 수정해야한다면?


아이의 글을 더 낫게 수정해야한다면, 내가 아이의 글에 대한 독자가 되어 반응을 하고 난 후에, 글을 수정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글을 수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어떻게 말하냐고요? 


'내가 지금 네 글을 열심히 읽었잖아. 내용은 정말 흥미로운데, 이 글만 읽어서는 충분히 네 생각을 이해하기가 좀 힘이 드네. 이 글을 여러 사람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조금 고쳐보자!' 


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audience)를 인식할 때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맞춤법을 지켜야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하여 내 생각을 조금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이지요. 미약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글을 수정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면, 수정에 대한 극렬한 반항을 무작정 고치라고 할 때보다 (아주 약간이지만) 줄일 수 있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읽고 싶지도 않고, 읽기도 못하는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