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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Oct 03. 2017

결혼,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명절전 증후군 그리고 명절후 증후군.

요즘은 1년중 정신과 환자가 가장 많은 시기중 하나입니다. 특이한 것은 가해자들이 보통 친척들이란 겁니다. 1년에 딱 한번 정도 만나는 작은 아버지, 삼촌, 이모등등이죠.

수험생 조카, 취직못한 백수동생도 입방아에 오르지만, 잔소리와 오지랖에 노출될 가장 큰 피해자들은 바로 30대 미혼여성들입니다.
만나는 남자는 있니?(당신 아들 딸 걱정이나 하세요.)
눈을 좀 낮춰야 시집을 가지 쯧쯧.(쯧쯧?)
더 나이들면 소개받을 남자도 없다 등등의 고발당해 마땅할 언어폭력이 난무합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데.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애쓰고 있는데. 때가 되면 해야하는 게 아니라 행복을 위해 내가 선택하는 것인데. 왜 이리도 가만두지 않는 걸까요.
누구는 신혼집을 어디 샀다더라. 전문직 훈남이랑 결혼 했다더라,,, 잔소리에 귀를 막아도 한숨쉬는 부모님 모습에 죄인도 아닌데 맘이 무겁습니다.
 "이맘때 쯤엔 하는게 보기에 좋아"
대체 누가 보기에,누구에게 좋다는 걸까요.


내 인연은 언제쯤 오는건지, 있기는 한건지, 진한살이라도 어릴때 타협을 해야하는 건지. 일주일마다 생각이 바뀝니다. 소개팅을 받아도 불만이고 안 들어와도 짜증나고, 생각만 많아지죠. 

결혼은 대학이나 취업이 아닙니다. 잘했다 못했다. 늦다 빠르다.. 어떻게 비교할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인연을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사이에 만나게된다는 보장은 어디 있을까요. 결혼적령기라는 말만큼 모순된 말도 아마 없을겁니다.

인생을 함께 나눌만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또 그사람을 알아보는 것. 늦지도 않았고, 불안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있으니까요. 

눈을 낮추거나,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나답지 못하다면, 화가 나도 괜찮은척 참는다면 그 인연은 오래가지도, 행복하지도 못할테니까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언제 가장 즐거운지를 솔직하게, 정확히 알게 된다면.

기다림의 지루함과 불안을 조금만 더 인내할 수 있다면.


몇 년이 지나 분명히 생각하게 될겁니다.
그 때 그러길 잘했노라고. 다행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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