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Jan 01. 2018

스무살로 돌아갈수 있다면 그사람을 놓치지 않았을까요

첫사랑, 가장 애절했던 사람.

기말고사 전날도, 회사 면접전날에도 허락없이 머릿속에 떠올라 날 망가뜨린 사람. 너무 많이 울면 눈이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는걸, 3일을 안씻어도, 안먹어도 사람이 살수 있다는걸 처음 알게해준 사람.


25살의 나라면 아니 30살의 나였다면

너를 놓치지 않았을까. 상처주지 않았을까.


아마 아닐것이다.

나는 예전처럼, 지금처럼 똑같이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시절 학점과 취업,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나를 망쳤다면 30대인 나는 비정규직, 월세, 남들만 못하다는 자격지심이 움츠러들게 하니까.


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토이의 좋은사람 노래가 너무 좋다며 밤잠을 설치던, 핸드폰 고리가 너무 이쁘다며 세상 행복했던 그때의 우리는 민들레영토에, 홍익문고에, 혹은 타워레코드 어딘가에 아직도 남아 있을까.

그리움 혹은 미련으로 대체 몇번의 연애를 망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까. 어리석다고, 시간과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는 조언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다른 사람을 소개받거나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가는것이 답이 아니었다. 원없이 사랑했고 눈물이 말라서 더 나오지않을만큼 그리워하고 나서야 그사람을 흘려보낼수 있음을.


시절 우리는 서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새해 소원이었. 어떤 노랫말이나 영화속 장면에도 매순간 니가 있음을.

기억이 희미해지고 아련해짐에 더 이상 안타깝지 않고  잔잔한 미소와 안부를 전할수 있을 즈음 나는 깨달았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해도 너를 사랑하고, 놓치그리워하면서 또 후회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리란 것을.


되돌릴수 없기에 20살의 그때가 그리고 지금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너 혼자 힘든거 아니잖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