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발단은 사소한 싸움이었죠.
'요새 왜 연락이 잘 안돼?'
'처음엔 안 그랬는데 변한거 같아'
'오빠만 힘든거 아니야 나도 힘들어'
사실 A군은 요새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다니는 직장이 계약직인데 내년 재계약이 분명치 않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직을 할지, 자영업을 시작할지 고민했죠. 또한 아버님이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치료비가 훨씬 많이 든다는것과 의외로 부모님의 노후대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A군의 여자친구인 B양은 얼마전부터 무언가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와 카톡, 보고싶다던 사랑꾼 남친의 표정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꼈죠. 눈에 띄게 말수가 줄고 가끔 한숨도 쉽니다.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거나 눈빛도 흐리멍텅해졌어요.
''어디 아파?''
''요새 무슨 일 있어?''
''나랑 있는거 재미없어?''
전부 다 아니랍니다. 도대체 남자친구가 왜 이러는지 말도 안하고 눈치만 보게 하는데,
답답하고 힘들고, 내가 멀 실수했나 / 요새 살이 쪘나 화장이 잘못됬나 /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안드나 별 생각이 다들고 돌아버릴것 같습니다.
다른 여자 생긴거야? 내가 이제 싫어졌어?
아니야 아니라구 조금만 시간을줘.
집착하지 않으려 애쓰고, 의심하지 않으려 애쓰다보니 점점 지치고 아픔에 무뎌져갑니다.
옆에만 있어도 웃음이 나던 사람인데 이제 안보는날이 차라리 마음이 더 편하기까지 해요.
아침에 일어나 그가 보내준 카톡에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기념일과 생일, 손편지와 인형. 사소한 배려만으로도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해준 그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나 아직 너를 좋아하는데 너무 힘들어.
''노력해보자 우리''
''행복하지가 않아, 바뀔거 같지가 않아''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데.
아직 우리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조금 더 기다릴수 있었다면 좋았을것을.
아프더라도 한번 더 붙잡았으면 좋았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