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빼빼로 데이라는 건 참 어중간하고 애매할 수 있는 날입니다.
작정하고 준비하기에는 상술에 휘말리는 거 같고, 그냥 넘어가면 많이 섭섭해할거 같고요.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주는 건지, 서로 선물하는 것인지.
빼빼로만 주면 되는 건지, 따로 메인 선물이 필요한 건지.
눈치없는 몇몇은 말그대로 빼빼로만 선물했다가 오히려 싸움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센스없다. 성의가 없다, 마음이 식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자분이 "친구는 남자친구한테,,,OO 선물 받았다던데,,,"
이런 말까지 나오면 남자도 한 마디 더 하게 되죠.
야 그거 다 상술이야 / 왜 나만 해주고 넌 받기만 하는데?
이런 자잘한 날 챙기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
남자들의 생각은 아마 이럴겁니다. 이제 곧 연말이고 크리스마스도 오는데 굳이 이런 날까지 따로 챙겨야 할까? 기념일 마다 비싼 저녁에 선물에, 지난 번에 지갑 사줬는데 이번에는 뭘 사야되지? 별로면 실망할텐데.
대체 어떤게 센스있는 선물인지 숙제를 하듯 고민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빼빼로 데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저 구실에 불과하니까요.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나한테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날인거죠.
연휴도 없고 날씨도 쌀쌀해지는 11월이면 더욱 그럴겁니다.
12월이 되면 새해 기분으로 들뜨기라도 하는데, 11월은 아직 그렇지가 않아요.
올해는 내가 뭘 했지, 목표한 건 얼마나 이뤘을까.
통장 잔고는 얼마인가, 이번 달은 너무 빠듯한데, 출근하기도 귀찮고 싫다.
기말 시험이나 학점 혹은 성과급의 액수라던지 이직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만족스런 1년을 보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뭔가 아쉽고, 기대만큼 못한 거 같고, 괜히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는 그런 시기일 겁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위로나 응원이 필요했을 시기에 내 생각만 하진 않았는지.
따듯한 말대신 남보다 더 냉정한 태도로 상처를 준 건 아닌지를.
1년간 지치고 힘들었을 서로의 연인에게, 가족에게.
크리스마스보다 조금 더 일찍 '올 한해 참 수고했어, 힘내, 사랑해'
이런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떤 선물을 살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을 전달해주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준 작은 과자 하나에 환하게 웃고 기뻐할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