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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Apr 16. 2018

우리 서로 2주만 시간을 갖자(1)

시은과 민석은 30대 중반의 동갑내기 커플이었다

같은 대학, 같은 직장을 다닌 그들은 몇번이나 사귈뻔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학생때는 민석이 시은을 좋아했지만 그녀는 다른 선배와 사귀고 있었고 같은 직장에서 다시 만났을땐 민석이 사내 커플이었다.

여사친 남사친, 애인도 아닌 모호한 관계는 시은이 이직을 하면서 끝이 난듯 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민석이 우연히 시은에게 보낸 잘지내지? 란 페이스북 메세지가 둘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둘은 오래된 설레임과 그리움.

20살때 어릴적 얘기를 나누며 행복했다. 서로 아직까지 왜 결혼을 못했냐며 소소한 구박을 하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혹시 이사람도 내가 맘에 걸렸던 것은 아닐까.

시간이 지나고 지났지만 돌고 돌아 서로에게 다시 올 인연이었던 것은 아닐까


2018년 3월 25일

시은이 말했다.

우리 2주만 시간을 갖자


왜 그러느냐고 왜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느냐고 민석은 화를 냈다. 시은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상처받고 아픈 그녀의 얼굴은 두 사람의 마음을 무겁고 아리게 했다.


민석)

밤 12시5분정도에 침대에서 네이버 웹툰을 두개 보았는데백만가지 생각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12시 7분 : 머해?

12시 12분 : 잠깐만 통화하자

12시 20분 :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잠깐이면 돼


시은은 카톡에 답이 없다.

1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칠것 같다.

12시 40분쯤 일어나 초코렛 하나와 콜라 한캔을 마셨고 월요 웹툰을 3-4개 더 본 뒤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1시 5분이었고 여전히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는 걸까

그녀는 잠이 오는 것일까
아아,,이제는 속이 더부룩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것이 초콜렛 혹은 콜라의 영향인지, 억울함인지 후회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새 그는 자신이 꺽꺽대며 울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면 잠자는건 아예 틀린 것이다.
핸드폰을 보니 1시 40분이었다. 두시를 넘기면 수면의 질은 반토막이 난다. 자야한다,,,자야한다고 생각하며 시은의 말을 떠올렸다,

2주만 시간을 갖고 싶어,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
민석은 이러한 종류의 말을 여자에게 해본적은 있으나 들어본적은 처음이었다. 대개 이것은 부정적인 의미였다.
지금 헤어지자고 말하기엔 좀 미안하니 버퍼링을 갖자, 중간단계를 거치자는 의미. 그이상이 아니였다.


아니면 부끄럽지만 더 나쁜 경우엔, 지금 헤어지면 나중에 아쉬울수도 있으니 헤어질지 말지를 고민해보겠다 혹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내가 너한테 아까운지 아닌지를 따져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금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시간을 갖자는 얘기따위는 할리가 없다,,,,,생각에 괴로웠다.

그녀의 말은 명백히 부정적인 의미일 것이다. 거의
아마 80퍼센트 이상 헤어짐을 생각하고 꺼낸 얘기일 것이다, 억울했다. 내가 도대체 뭐가 그리 부족한건데,
뭘 그리 잘못했는데 따져 묻고 싶고 소리치고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돌아올 확률을 훨씬 더 낮출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민석은 참기로 했다.

두시반에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똑같았다

내일 출근시간에 전화해야지, 받아줄거야, 우리가 어떤 인연인데, 그렇게 매정할수 없을거야...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5시 5분이었다. 1시간을 잔건지, 두시간을 잤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 이유는 멀까

내가 경제적으로 의지가 안되서일까

아니면 내가 찌질하고 나약해서?

혹은 몇번인가 그녀의 조언과 부탁을 흘려들었던 탓일까

14일의 기다림 속에서 이러한 밤이 계속 된다면.
내 정신과 육체는 그녀가 돌아왔을 때 웃으며 반겨주는 것도 웃으며 보내주는 것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14일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 시간이 한달이 되고 세달이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할까


아무것도 와있지 않은 핸드폰을 수십차례 확인한 민석은 시간이 아침 7시임을 확인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출근을 준비했다.

민석이 보낸 카톡의 1은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밤을 보냈을까

나는 오늘 무엇을 하고 보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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