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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Apr 18. 2018

우리 서로 2주만 시간을 갖자(2)

시은의 하루

시은 ))
일요일 밤
민석이가 연락해왔다

0시 7분 : 머해?
미리보기로만 카톡을 확인했다, 그냥 자고 싶었다

0시 12분 : 잠깐만 통화하자
싫어 피곤해

0시 20분 :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잠깐이면 돼
넌 여전하구나 아직도 똑같아

학생때도 그랬었지
싸운날은 내일이 월요일이건 기말고사건 간에 우린 밤새 통화를 했다. 화가 나서 전화를 안받을때면 넌 내가 사는 오피스텔앞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렸고. 난 울다 부은 눈으로 화장도 못한채 결국 나오곤 했어

지금도 그러는구나
우린 34살이야 출근도 해야하고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모든것이 당연히 후순위로 밀려나갈순 없는거야.
오늘 반드시 해야할 얘기라는건 없어
너는 아직도 그렇게 니 마음만 생각하는구나

아침 7시
민석이는 분명히 못잤을거다
밥도 못먹었겠지 그런 사람이니까
그걸 사랑이라고 느끼고 행복했던적도 있었어
얼마나 간절하면 얼마나 진심이면 이럴까
그의 눈물에, 야윈 모습에 몇번이나 닫혔던 마음이 다시 무너지고 풀렸더랬지.

미안해 민석아
나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일하고 있어
오늘 회사 점심은 쇠고기 숙주볶음이야
좋아하는 메뉴도 아니지만 딱히 식욕이 없지는 않아
너는 아마 밥을 못먹고 있겠지.
미안해 나는 이제 그정도는 아닌거 같아

오후 3시반쯤 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출근은 제대로 했을까
술이라도 퍼마신건 아닐까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다시 다짐했다.
이번엔 정말로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하루 이틀만에 다시 그에게 달려가 안기지 않겠다고

퇴근을 하면서 그에게 카톡을 했다
'미안해 내가 널 힘들게 한건 아닌지 모르겠어'
바로 답이 왔다
'괜찮아 나 잘 참구 있어 너한테 시간을 주고싶어'

울컥했다 
아니잖아
당장에라도 전화하고 찾아오고 싶으면서
그런 사람이잖아 너는.
아침에 잘잤어?좋은하루 보내란 말을 하루만 빼먹어도 섭섭해하고, 반나절만 연락이 되지 않아도
무슨일 있어? 어디 아파?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면서.

고마우면서도 답답했다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그의 어떤 초조감이 전해져 나를 불안하게 만들땐 피하고 싶었다.
시간을, 거리를 두고싶었다.

나는 엄마나 누나가 아니잖아
나도 힘들어.
언제까지 불안해하기만 할거니

자존감, 자격지심
다른 남자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며 니가 화낼때마다
내가 더 상처받은걸 너는 언제쯤 알까.
지금 네 모습에 만족하지못한게 아니라 
내 남자가 내 사람이 잘되길 바란것 뿐이었는데

기대고 싶었어 나도 여자잖아
너무 괴롭고 아파도 자기 여자앞에서 웃을수 있는,
나만 믿으라며 기대쉴수 있는 그늘같은 남자.
비옷이 되고 우산이 되어줄수 있는 사람이 너이기를
정말 간절히 바랬어.


미안해 널 아프게 해서

미안해 지금 달려가줄수 없어서

이기적인거 알아

하지만


우리 조금만 더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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