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부부는 요새 서로 말도 하지 않습니다.
2016년말 결혼한 두사람은 잠실파크리오에 신혼집을 차렸다. 아내인 B씨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길 원했으나 남편 A씨는 집값 곧 떨어진다, 무리한 대출은 폭망이라며 강하게 주장, 전세로 계약했다.
2년후 결과는 끔찍했다. A씨 부부의 집값은 2년간 4억이나 올랐다. 전세금을 올려줄 돈이 없어 가락이나 위례로 알아보는 중인데 헛웃음만 나온다.
B씨는 친구들이 너네 집 엄청 올랐겠다 속도 모르는 축하를 하는 통에 단톡방을 아예 나와다. 같은 동 아줌마들 모두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라 마트도 가고 싶지 않다.
남편이 멍청하지만 않았어도...
앉아서 돈을 버는건데.
당신 평생 4억 모을수 있어? 어느세월에?
A씨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집값이 하도 오르는게 안타까워 조급하게 비트코인과 주식으로 3천만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아내한테 들켰더니 이혼하잔다.
당신은 돈밖에 몰라?
당신이 잘했으면 내가 이런 소리해?
월급모아서 집 살 생각을 하니 20년쯤은 모아야
되겠다. 그 사이에 더오르지 않는다면.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이까지 있었다면 어이구 10년쯤 후엔 경기도에도 못살고 쫓겨날 판이다.
이상황에 우울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다.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이 공식화된 사회와 정책이 집단 우울증을 야기한다.
항우울제나 상담치료가 A씨 부부의 우울증을 고쳐줄수 있을까.
시간을 돌려서 집을 사거나 로또에 맞는수 밖에 없다. 돈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마음의 안정이 중요해요 같은 소리를 하다간 이 부부에겐 멱살을 잡힐지도 모른다. 네이버, 카톡에 온통 집값 폭등 얘기라 요새 스마트폰도 끄고 다닌다고 한다.
나도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보았을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흔히 좋은 경험했다,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안하면 된다라는 말로 위로를 하는데 역시 헛소리로 들린다.
다음 기회가 오기는 온단 말인가.
다시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이 훨씬 빨리 오르는데.
자괴감과 우울감, 불면과 짜증, 대인기피. 심지어 공황장애 증상까지 호소하는 A씨 부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위로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한숨만 같이 쉬었다. 잠 자는거라도 도움이 될까 수면제 반알을 처방했다.
30분 넘게 떠들고 나니 조금 후련해졌다며 고마워하는 남편과는 달리 아내의 얼굴이 여전히 어둡고 나라를 잃은 표정이었다.
이런 부부들이 서울에 얼마나 많을까.
분당에 과천에, 광명, 하남, 수성구나 해운대...
집을 못산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힘들어야만할까
남들보다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들인걸까.
씁쓸하다. 2주후에 다시 A씨 부부가 오는데 그때도 딱히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