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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an 04. 2021

일용품 쓰레기에 대한 단상

무섭다.

날이 갈수록..

오래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억지로 입속에 무언가를 쳐 넣던 시절, 원래 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지내다가 어느 순간 90kg까지 지방이 붙은 나를 느끼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라 고나 할까. 서서히 가열되는 물속에서 개구리가 즐겁게 헤엄을 치다가 본인도 모르게 익혀서 죽어가는 모습처럼. 무섭다.

바로 그 일회용품 쓰레기가.


이것은 생활의 직감이다. 

매일매일 집을 정리하고, 매주 분리수거를 하는 일개 시민의 목격이다.


  우리 집은 아내와 딸을 포함한 3명인데, 불과 3~4년 전보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나오는 양이 많아졌다. 먹는 양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특이한 것을 찾아서 먹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사람이 먹는 일상의 음식들을 먹고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일회용품의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무엇을 하나 사고 무엇을 하나 먹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과 종이와 헝겊과 방부제를 매번 걸러내고 버려야 한다니, 이걸 도대체 누가 다 만들고 누가 다 치우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많은 쓰레기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누가 이것을 다 치우는 것일까. 혹시 어딘가에 쌓인다면, 그것이 혹시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땅속 깊숙한 아래는 아닐까...


  무섭다. 점점....


  일회용품 쓰레기는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더 증가도 했을 것이다. 자녀들이 집 안에만 있고, 배달을 시켜먹는 것도 많아졌으니까.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일회용품 쓰레기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과자 하나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간단한 비닐 한 겹에 촘촘하게 겹쳐진 원형 크래커가 담겨 있었다. 야채크래커, 다이제스티브, 에이스 크래커, 사브레, 틴틴.... 모두 생각나지 않는가? 도중에 조금 부서지는 단점이 있었겠으나 비닐 래핑 하나만 제거하면 통으로 과자를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겹쳐진 크래커가 아니고 하나하나 분리되어, 플라스틱 성형 몰드에 각각 보존되고 그것이 또 비닐로 한번 더 래핑이 되고 전체를 종이 박스가 한번 더 감싸는 구조이다.


  기업들이 제품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겹쳐지거나 뭉쳐진 원재료를 하나하나 분리하기 시작하였고, 그 비워진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쓸데없이 많은 플라스틱과 비닐과 종이를 소모해서 커다란 박스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원은 그것이다. 돈에 대한 탐욕.


  세상에...

  비닐과 플라스틱을 그 속에 그렇게 채워넣어도, 원재료를 빼면 그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니. 세상에...


  이것은 PVC와 종이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에 비해서 상상도 안되게 싸다는 뜻이지 않겠는가.


  비단 이러한 과자의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식자재, 모든 포장 배달음식들, 수많은 가공품들과 상품성을 드높이려고 외형에서 소비자를 속이려는 이 세상의 모든 소비재가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겉은 크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고 본 내용물은 최소화하여 원가를 줄여 이윤을 많이 남길 것.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는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기 위해서 기업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판매에 극단적으로 목숨을 건다.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에 망하게 되니까.


  나는 이 많은 쓰레기들이 도대체 어디로 모두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재활용이 모두 될 거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아마도 지구 어딘가에 처박히겠지.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제멋대로 버려도 문제없이 누군가가 치워가고, 난생처음 보는 각종 화학물이나 가공소재의 물품을 봐도 어디론가 버려져서 알아서 처리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우리 각자에게 모두 있지 않을까.


  얼마 전 TV에서 보니, 지구 상의 모든 가축에서 나오는 배설물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지만 그것 하나가 대기환경과 토양환경, 주변 식물들과 하천 및 강, 바다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기라는 상품이 인간에게 너무도 유혹적이고 매력적이므로 그것을 고발하는 언론이나 단체는 육류 관련 단체의 로비와 압력 때문에 절대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한다.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배후에 농축산 로비스트들이 있다면, 그러한 의사들은 육류 소비를 권장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100년 전 담배가 인간에게 이롭다고 말하던 의사들의 포스터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은 언론을 믿지 않는다. 똑똑한 과학자나 의사의 말도 잘 믿지 않는다. 그러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직감을 한다. 지구는 인간이 만든 각종 폐기물과 쓰레기 때문에 병이 들 것이라고.


  나는 이 직감이 틀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이렇게 일회용품 쓰레기를 마음대로 만들고 버려도 아무런 제제도 없는 환경이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나는 단언한다. 일회용품을 마음대로 만들고, 제멋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훗날 땅 속에서 값진 문화유산 대신, 천년만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고.


  분리수거를 하다가 문득 스친 공포에 대한 망상 잡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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