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국교인 나라에서 보통 목사나 신부님이라고 하면 위상이 높고, 존경을 받게 된다고 한다. 경찰관이나 소방관, 군인,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식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사나 판검사가 가장 우러러볼만한 직업들이고 몸을 쓰고 힘든 일을 하는 직종은 하찮고 보잘것없다는 인식이 있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 그중에 목사라는 직업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만약 당신의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 혹은 지인이나 결혼할 사람의 아버지가 목사라고 한다면 어떠한 시선을 갖게 될까.
인터넷이 너무 발달하고 SNS나 미디어가 순식간에 개인에게 전파되는 시대의 한국 목사님들의 입장은 절대로 지고지존(至高至尊)하지는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일부 교회가 대형화되고, 정치권과 손을 잡으면서 마치 대기업이나 대형마트처럼 소규모 교회들을 모두 초토화시키고 성도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으로 보건대, 오늘날처럼 일부 대형 교회 때문에 전체 한국 교회의 목사들이 욕을 많이 먹었던 시기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건축학도로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지구촌 건축 답사를 하던 학창시절,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일본은 기독교 국가도 아니고, 수많은 신을 만들어 섬기는 소량다신(少量多神)종교의 오묘한 나라이기에 그 교회 건축물 자체에서 종교적 가치를 논할 바는 못되겠지만, 그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의 의지를 보면, 설교단을 무조건 위로 들어 높이고 성도들이 우러러보게 만드는 천편일률적 한국 교회건축의 부박한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흔들게 된다. 예수님이 가지고 있던 자세와 그 겸양, 가장 비루하고 낮은 곳으로 임한 그 역사적 사명의 뜻을 알기에 '빛의 교회'에서는 설교를 하는 설교단이 가장 낮게 설계가 되어있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성도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점점 통로를 따라 낮아지고, 그 가장 낮은 곳에는 목사가 설 자리가 있다. 그리고 그 뒤의 어둡고 탁한 벽체에서는 십자가 형상의 틈이 만들어져 정확하게 십자가 모양으로 빛이 들어온다. 인공적으로 만든 십자가 형상물도 없고, 예수님 조형물도 없고 초상이나 액자 하나 없었다. 그 좁은 공간 속 오로지 단일하게 노출 콘크리트만으로 지어진 그 교회는 이웃나라를 향하여 자칭 기독교로 부흥한 나라라는 허세와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는 듯하였다.
성경에서는 자신을 낮추라는 말 투성이다. 겸손해야 하고, 절대로 자기가 스스로를 드높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가 다녀본 교회들은 그 어떠한 교회를 막론하고 목사보다 성도들이 돋보이고 성도보다 예수님이 더욱 돋보이고, 예수님보다 하나님이 더욱 돋보이는 교회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목사님이 입고 있는 화려한 가운이 돋보였고, 목사님이 서 있는 드높은 강대가 눈에 들어왔으며, 목사님이 손을 얹고 있는 휘황찬란한 크리스탈의 설교대가 눈에 들어왔으며, 그 옆으로 마치 바티칸에서 가져왔을법한 의자들과 화분들과 커다란 십자가 조형물과 비싸 보이는 스피커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나는 그러한 목사들에게서 일종의 시각적 기운을 느꼈으며, 마치 그들은 영웅 같았고 멋지고 깔끔하였으며, 근사한 목소리와 유머와 재치로 사람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였다.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웃어대고 때로는 슬퍼하고 소리 내어 기도하기도 하고 찬송을 따라 하고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나 같은 나이롱 신자들은, 멋지고 매력적인 목사님들이 나를 즐겁게 해 주고 웃게 만들어주고 기분 좋게 해주는 교회에 가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진실로 깊숙하게 기독교에 몸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목회자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예수님이 살아계셨다면, 혹시라도 재림하여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우리나라의 어느 교회로 슬며시 들어오신다고 가정할 때, 금방 세탁하여 다림질한 가운을 빌려달라고 하여, 드높은 설교단에 올라가서, 크리스탈 테이블에 손을 얹고 기꺼이 우리를 위하여 축도를 날려주실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마태복음 23:5-12]
저희 모든 행위를 사람에게 보이고자 하여 하나니 곧 그 차는 경문을 넓게 하며 옷술을 크게 하고 잔치의 상석과 회당의 상좌와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느니라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이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땅에 있는 자를 아비라 하지 말라 너희 아버지는 하나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자시니라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이니 곧 그리스도니라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