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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Aug 27. 2022

임진왜란 / 황현필 한국사 / 2020

  역사공부라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시행착오를 발전시켜 보다 나은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요 흔적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기쁨에 도취한 채 실수를 온전하게 되새김하지 못하고 망각해버린다면, 슬픔은 반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복습만이 다가오는 시간을 환영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미래에 대한 예언자는 과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나만 생각하고 있는 상념이 아니다. E.H. 카와 토인비 같은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격언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로부터 뼈아픈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대비하지 못하였다. 구한말 일제 침략의 전조가 이미 300년 전에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나라의 기강은 곤두박질쳤으며, 세도가문에 의한 부정부패는 극을 달렸다. 자립에 대한 의지와 갈구함 없이 오로지 큰 힘과 권력을 가진 쪽에 달라붙는 사대(事大) 정신에만 매몰되어, 도륙당한 한민족의 피와 살에 대한 기억은 망각한 채, 안으로는 권력자들에 대한 사대, 밖으로는 권력 국가들에 대한 사대만을 일삼아 결국 수천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한반도는 끝내 일본의 손에 완전히 넘겨지게 되는 비극을 맞이하고야 만다.


  이러한 의미에서 허망하게 나라를 빼앗긴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볼 필요를 느낀다. 이에, 나는 황현필 선생의 임진왜란 역사 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지금은 유튜브의 시대라서, 난다 긴다 하는 일타강사들의 현란한 역사강의들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댜순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의 기록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민족성과 지리적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한민족의 역사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서 어떠한 자세로 과거를 마주해야하는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싶다.


  황현필 선생은 역사교육을 전공하였으며, 고등학교 및 학원계에서 강의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해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독보적인 한국사 강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설민석, 최진기 같은 셀럽급의 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의 강의는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으나, 정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단연코 국내 최정상 급의 한국사 명강사이다. 이 사람의 장점은 단순한 역사 기술자로서 뿐만이 아닌, 역사학자로서 자신의 사관과 시각을 호소하면서 청취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거론하고 싶다.


  황현필의 임진왜란 강의는 완전 무료이다. 총 64강에 각각 20여분 정도의 시간이 할당되어 전체 1,200여 분, 시간상으로 약 20시간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배속을 1.25 혹은 1.5 정도로 조절해서 듣는다면 3~4일, 길게는 일주일이면 저녁 시간 정도를 활용하여 충분히 들을 수 있다. 그의 강의는 방대하고 전문적인 자료를 특성으로 한다. 특히 임진왜란 같은 경우에는 이미 국내에서건 국외에서건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자료들이 차고 넘쳐서 무수한 역사학자들이 이룩해놓은 일치된 견해들이 완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자료들이 이미 인터넷상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웬만큼 정확하고 디테일한 자료가 아니라면 그의 강의에서 쓰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각종 실록과 고문서, 그리고 고지도와 현재 최첨단 지도를 병행해가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시공을 넘나들며 맥락을 공부할 수 있다. 한중록을 연구한 정병설 교수님의 역사공부 방법을 떠올려볼 때, 우리는 여기에서도 역사적인 인물감과 물질감, 시대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인물들 간의 정치적 관계와 성격, 가계에 따른 족보적 해석이 연결되어 우리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 당시 상황의 '인물감'을 느낄 수 있다. 각종 군사물자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의복, 식생활, 교통, 건물구조, 병법 등에 대한 해설도 탄탄하여 16세기 말 당시의 '물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당시 명나라 및 여진족과의 관계, 고려시대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던 시기의 한반도 문화, 왜구의 빈번한 출몰과 대마도와의 관계 등이 폭넓게 다루어져 당시 고유의 '시대감'도 견지하게 된다.


  이 강의는 크게 임진왜란, 휴전기, 정유재란의 순서로 나누어진다. 각 챕터는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며, 초반에는 이순신 장군의 주요 해전이 펼쳐진다. 일본군이 부산을 점령하고 난 이후부터는 그들의 한양진격을 향한 과정이 드러난다. 경남지역에서 조령의 문경새재를 넘어, 충주를 지나 용인과 햔양으로 일본군이 점령해나가는 과정은 디테일을 알면 알수록 안타깝고 처절하다. 대부분의 장수들이 그렇다할 싸움한번 할 생각없이 줄행랑치는 것을 확인하고 있노라면 뒷목이 뻣뻣해온다. 선조는 왜 백성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가려 했는지, 일본군은 왜 한양까지만 목표를 설정했었는지, 함경도를 차지한 가토가 어떻게 여진족을 알게 되었는지, 명나라의 지원은 왜 그리 미지근했는지, 이순신은 왜 탄핵을 당했는지, 그 적나라한 속내와 한심한 음모들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무기들이 세종대왕 시절부터 매우 정교하고 탄탄하게 제작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으며, 판옥선 또한 일본의 배들과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2차 진주성 전투를 끝으로 장기가 휴전기에 돌입하고난 뒤, 4년 후 정유재란이 발발하게 되는 원인 또한 가관이다. 원균이나 선조같은 사람들이 수백만 생명줄을 쥐고 있었다는 것은 결국 우리 민족의 비운이었다. 결국 우리의 패착은 무기나 지형같은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안이함만을 추구하였던 국내 정세와 오랜기간 지속된 평온한 세월이었으며 그로인한 관리의 게으름과 무능함, 무관을 무시하는 문관위주의 성리학적 태도였다는 것을 더욱 뼈져리게 통감하게 되니, 임진왜란의 역사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이 끊임없이 곱씹고 되새기고 끄집어내어 성찰해야할 통한의 문화적, 시스템적 시행착오였던 것이다. 


  나 또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개 시민으로, 막연하게 흘려듣던 임진왜란에 대한 이미지와, 광화문 광장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이순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피상적 기억으로만 살아온 사람이라서, 누군가 임진왜란에 대해서 어느 하나 구체적인 것을 물어본다면 그동안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이순신과 거북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귀가 닳도록 듣고 자라온 우리들은 막상, 흔히 어디선가 흘려 들었던 행주대첩과 진주성 전투, 웅치-이치 전투, 탄금대 전투, 벽제관 전투 같은 것들이 임진왜란 도중에 일어났던 일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임진왜란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일본의 3대 영웅이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대체 어떠한 인물인지 모른 채 살았을 것이고, 게임이나 영화 같은 것을 보면서 쉽게 이름을 기억하던 다테 마사무네가 우리 땅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임진왜란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선무 1등 공신에 이순신 장군과 나란히 이름이 올라간 권율과 원균에 대해서 아무런 의구심이나 비판의식도 없이 막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았을 것이다. 임진왜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 7년간의 살육과 피바다의 전쟁에서 실제로 나라를 구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이 누구이고 가장 큰 피해를 준 인물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황진이나 정문부, 김여물, 김시민, 김면, 정운 등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또한 원균이나 박홍, 배설, 이일, 박진, 이각 같은 인물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아무런 성찰과 의식도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증거이다.


  나는 최근 임진왜란을 비롯한 우리나라 조선사를 공부하기 전까지, 우리나라가 이렇게 기록에 대한 집착이  나라였는지 전혀   없었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우리나라의 기록유산만큼 방대하고 정확하고 정연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훨씬  찬란한 유산을 누렸던 국가들의 역사자료라는 것들도, 우리나라의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자료에 비하지 못한다. 임진왜란에 대한 우리만의 방대한 연구자료와 사료들은, 목숨을 바쳐서 어떻게든 실록을 보존하고자 하였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들과, 전장에서도 꾸준하게 일기로 기록을 남겨준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지휘관으로서 처절한 반성과 되새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류성룡 같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쌓인 금자탑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방대하고, 정확하고, 또한 누구나 손쉽게 접할  있는 역사적 자료들과 기록들이 넘쳐나고 있는데도 우리가 그러한 과거 접근에 게으르다면, 훗날 200~300 후에 비극이 또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라고 말할  없지 않겠는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막상 자신은 안이하게 대처하는 자세. 누군가 구비해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책임하게 타인에게 떠넘기는 태도. 나 하나쯤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나에게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게으름. 이러한 것들이 역사의 가치를 훼손하고 나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의식 수준에 있어서 수백 년간 발전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임진왜란 같은 피바다의 무참한 패배 이후 300년이라는 대비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우리는 대책 없이 그들에게 식민지배를 받았다. 하물며, 이제 앞으로 300년 후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지금도 우리를 식민 지배하였던 나라는 여전히 제국주의의 향수에 물들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헌법을 마련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으며, 허무맹랑한 영토 요구와 역사왜곡으로 우리나라를 귀찮고 짜증 나게 하는데, 이러한 그들의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과거를 직시하고 정확하게 공부하여 대비하는 자세가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침략한 국가의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떠한 DNA를 가지고 있으면 어떠한 문화 속에서 살았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입시나 수험공부가 아닌, 순수하게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과, 뼈아픈 우리의 실수를 직시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잡설을 마친다.



<추신>

임진왜란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서를 적어본다. 황현필 한국사는 강의 제목과 주요 인물들, 그리고 지도의 종류를 챕터 숫자와 함께 간략하게 메모하면서 듣는 것이 좋다. 나중에 특정 부분이 궁금해질 때, 사건이나 전투, 지도, 인물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는 징비록같은 포괄적 개론서들을 접한 후에 읽는 것이 좋다. 징비록은  1,2 총론까지만 포함된 것이면 무난하다. 난중일기는 글항아리에서 출판된 완역본을 추천할만한데, 일기 자체뿐만이 아니라 각종 장계나, 해전 연표, 전투 관련 사료에 대한 비교자료 같은 것들이 매우 상세하게 총망라되어 있다(1200페이지). 영화의 경우, 과장된 연출에 대해서는 비추이다. 그래도 '명량'이나 '한산'같은 해상전투의 최신 3D 기술의 혜택은 우리가 상상하던 당시 바다를 현실적으로 그려볼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하다.


1. 황현필 임진왜란 강의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0lEEgMCRI86oI5zbT1bem9tki9KkmEII

2. 류성룡의 징비록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0144625

3. 이순신의 난중일기(글항아리 / 박종평 옮김, 완역본)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9355294

4. 영화 '명량'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93756

5. 영화 '한산'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4196

6. 이순신의 바다 (역바연 / 황현필) - 유튜브 강의와 내용 동일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501136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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