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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Apr 08. 2024

나무

나무는

소리지르지 않고

호들갑떨지 않고

허세부리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노여워하지 않고

비교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내하고

침묵하고

희생하고

응시하고

기다리고

받아주고

보태주고

내어준다


내가 일상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감정의 파도를 넘는 동안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나무는 나의 갈등 드러내는 부표이다

나무는 나의 혼란을 측정하는 리트머스종이이다.

나무는 나의 경박함을 알려주는 시금석이다

 

혹한의 추위를 수 십일간 맨몸으로 견딘 후,

봄햇살 속에서 기어코 꽃을 피워내는 나무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약속을

스스로 지켜내는 유일한 진리이다


나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우주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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