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소리지르지 않고
호들갑떨지 않고
허세부리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노여워하지 않고
비교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오해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내하고
침묵하고
희생하고
응시하고
기다리고
받아주고
보태주고
내어준다
내가 일상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감정의 파도를 넘는 동안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비로소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나무는 나의 갈등을 드러내는 부표이다
나무는 나의 혼란을 측정하는 리트머스종이이다.
나무는 나의 경박함을 알려주는 시금석이다
혹한의 추위를 수 십일간 맨몸으로 견딘 후,
봄햇살 속에서 기어코 꽃을 피워내는 나무는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약속을
스스로 지켜내는 유일한 진리이다
나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우주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