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욕망의 시작
그 0.9부 다이아몬드 커스텀 제작 사건은 1부로 끝나지 않았다.
귀금속이라는 건 착용하는 물건이고, 특히 추억을 가진 귀금속은 자주 쓰지 않더라도 보석함에 오래 귀하게 간직된다. 다이아 펜던트는 아무 줄을 꿰어서 열심히 걸고 다녔다, 아이도 그게 우리 부부의 첫 보석 (결혼반지가 아니다 ㅎㅎㅎㅎ)이라는 걸 알 정도다. 아이는 안의 내포물도 기억하고 있었다.
달 모양의 귀걸이는 무거워서 거의 착용하지 못했고 아껴만 두다가, 최근에 신변 정리 차원에서 고금처리를 했다. 일을 구경할 겸 매입처에 직접 가서 공정을 지켜보았는데, 묵직한 귀걸이 안에 쇳가루가 가득 들어 있었다.
너무 놀랐고, 창피했고, 다시 한번 분노했다. 정확히 그 주얼리는 2005년 겨울에 명동 이름 모를 공방에서 제작했다.(2000년대다! 세상이 개벽했다! 자의건 타의건 사람들은 훨씬 문명화되고 도덕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주얼리 시장은 여전히 케케묵은 고리짝 같은 나쁜 습관이나 불공정한 관례가 이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묻은 제작자의 나쁜 마음은 그런 식으로 천하에 드러났다. 빨리 알았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나의 주얼리 공구함에는 네오디움 강력자석이 추가되었다) 아끼고 소중히 해온 마음이 차갑게 굳었다.
가끔 신문 기사로 멜리다이아몬드 사이에 큐빅이 섞여 있었다거나, 순금 제품의 함량 미달 문제라던가, 순금 조형물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하지만 14k 작은 귀고리에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한동안 좋은 보석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믿을만한 보석 친구들을 사귀고 주얼리를 구입하면서 방심하고 있던 마음에 경계심이 다시 한번 살아났다.
솔직히 그 기사들을 보았을 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비싼 물건을, 금덩이나 다이아몬드를 살 일은 결코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결코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전에, 이런 불신은 신뢰와 가치가 금보다도 귀한 귀금속업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른 채로 당근에 이 귀걸이를 팔았다면? 뒤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철컹철컹) 그 후로도 종로에 발품을 팔면서 각인이 없는 금제품들을 더러 만났다. 한 개는 도매 전문 가게고 그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서 늦게나마 각인을 요청해 받았는데, 다른 제품은 판매처도 찾지 못하고 가짜라고 판명 날까 봐 고금처리소에 가져가기가 두렵다. (하지만, 역시, 앞의 각인을 받은 제품도 거래소에 가져가면 순도가 떨어질 거 같다. 그런 느낌이 드는 물건이 있다. 설명하긴 어렵다.)
이 글을 읽으신 독자들 중에 아기 순금 돌반지가 있다면 99.5인지 99.9인지 확인해 보시라. 가끔 여윳돈이 있을 때 아기 돌반지를 하나씩 사는 사치를 부렸는데 조금이라도 싼 곳에서 샀던 물건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싼 게 싼 게 아니라지만, 정말로 그런 말이 통용되는 것이 귀금속인 거 같다)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금이 단순한 사치재 구입이 아닌 투자가치로 주목받고, 순금바와 주물금이 카페에서 회자되었다. 금 구매가와 판매가는 다르고 매일 오르내린다 (인터넷에 금시세. 치면 주식처럼 매일 시시각각 나온다) 주물금(작업자들이 상품을 만들기 전에 준비해 둔 순금상태. 용광로에서 만드는데 작업 과정이 엄청 눈부시게 멋지다! 태양을 내손으로 녹여내는 느낌. 절대 맨눈으로 보면 안 되고 고글 써야 된다. 하지만 난 맨눈도 보았고 매혹되었다. 순은바도 엄청 근사하다. 직접 만든 순은 바를 은비녀처럼 꽂아 보았는데 엄청 무거워서 옛 여인들의 모발력! 에 감탄하게 되었다. 참기름 착붙머리를 괜히 하는 게 아니었다;;)의 신뢰도, 프레스금의 상품적 가치 등등을 고려하면 뭐가 나은 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난 구매자가 아니다;; 구매고민을 할 경우 여러 조언을 모아 신중히 한번 더 써보겠다.)
덩어리인 제품, 제작된 지 오래된 제품들도 충분히 조심하기로 했다. 제작이 최근인 것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옛 속담을 다시금 꺼내든다. 귀금속, 순금의 재화처럼 현금과 가치가 비슷하거나 가치가 변동하거나 우월한 사치재를 구입할 때는 조심 또 조심하기 바란다.
<나의 보석 공구함에는>
1. 보석용 핀셋 (손끝 힘이 약해서 잠금장치가 있는 것으로 골랐다), 루페, 안경닦개(이건 금은 진주 보석 다 괜찮다)-이건 유색 보석을 사러 갈 때 지참하면 좋다. 루페도 안경처럼 제품마다 굴절률이 달라서 내 눈에 익은 것이 남의 것보다 편하다.
2. 광택천(진주나 유기보석에 쓰면 안 된다), 연마제(+장감), 자외선 형광램프, 할로겐 조명(형광확인과 변채확인) 레이저포인터(이 상술을 나중에 적을 수 있을까?),
3. 네오디움자석, 미세저울, 여러 개의 돋보기 알과 헤더, 롱로즈 집게, 평집게, 등등이 있다.
<유색 보석을 사러 갈 때는>
1. 가급적 흰 옷을 입는다. (맑고 좋은 보석은 주변의 색이 돌에 묻는다)
2. 깨끗한 안경수건으로 보석을 잘 닦고, 핀셋과 루페로 보석을 잘 관찰 후
3. 판매자가 고지한 것 외에 다른 흠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 후 의견을 교환한다.
4. 감정서 발행여부도 물어본다. 없어도 된다. 있으면 감정비를 아낄 수 있다. 감정원에 우편으로 보내서 감정서를 받을 수도 있다.
유기보석-진주 호박 오팔 산호 상아(금지)등은 더 까다롭고 조심스럽다. 부주의한 편이라 다루기 까다롭고 약한 보석은 취급하지 않아서(...) 즐길 기회가 온다면 써보겠다. 오팔 진주는 정말... 아름답지만 연약해서 귀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몸값을 높이고 싶다면 에메랄드를 추천한다. 귀족들이 에메랄드 반지를 착용하는 건 손을 쓸 일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문고리도 잡으면 안 된다. 문 손잡이에 보석반지 부딪쳐 본 적 있는가? 심장이 내려앉는다.
아, 혹시 남자친구의 안부가 궁금한가?
그 호구(?) 친구는 현 반려가 되었다.
우리의 결혼반지는 훨씬 작은 다이아로 당시에는 최고라고 마케팅되었던 우신 G컬러 vvs1 하트 애로우 0.33캐럿이다. 지금 판매소에 가면 다들 코웃음을 치신다. G 앞에는 DEF가 있다. 육안으로 전문감정사들이 전용기기와 마스터스톤을 두고 DEFG를 감정할 수 있고 그 이하도 감정할 수 있다.
최고의 D 이상의 무색 찬란 다이아몬드 ABC가 존재한다는 썰이 마니아들에게 괴담처럼 떠돌고 있다.
다이아몬드, 사랑한다. 할 말이 자꾸 이어지고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