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5]'폭싹 속았수다'가 쏘아올린 작은 울림

by 실버 강

우리의 계절은 어디쯤 일까!

거대한 자본을 투자한 한편의 드라마가 잊고 있었던 과거를 소환하고 상처를 건드렸다.

상처는 디테일이 더할 수록 더욱 아프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볏짚으로 만든 계란꾸러미가, 아이들이 신고있는 검정고무신이 그렇다. '그렇지.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웃으며 넘기기에는 그 속에 담긴 누군가의 기억이 다르고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아 더욱 그렇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제주도의 어촌마을은 60,70년대의 대한민국의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 '사는 사람은 살아진다'라는 반복되는 시그니처 대사처럼 우리들의 부모님은 모두 그렇게 살아냈다.

익어가는 소여물냄새를 맡으며 초가집 외양간에서 잠을 이루고, 새까만 꽁보리밥과 된장찌게뚝배기에 밥숟가락을 함께 담그며 나누었던 그날들이 어린시절 우리에겐 아련한 추억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이야기 할 수 없는우리 아버지,어머니들의 슬픔과 한이 함께 했음을 가슴먹먹하게 깨달아가는 지금.....

아이들을 많이 낳아 농사만으로 온 가족이 배부를 수 없던 그날들. 우리네 아버지,어머니는 학업보다는 공장으로 그들의 꿈을 묻었다. 그들의 꿈을 갉아먹고 성장한 우리가 당연한 유산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겨울을 받은 그들을 측은하게만 바라보는 지금....

그래서 그들의 꿈과 바꿔 살아낸 우리들은 또다시 꿈을 묻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계절을 물려주고있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나는 지금....

'사는 사람은 살아진다' 보다는 '사는 것이 좋더라'는 유산을 내아이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지금....

그렇게 '폭싹 속았수다'가 던진 파장은 울림이 되어 나의 일상을 흔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작은 변화를 만들 용기를 얻는다. 내 인생의 마지막 겨울이 오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쿨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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