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둘러서인지 람사르 고창갯벌을 거의 둘러볼 즈음에는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먹거리가 뭐가 있을까’ 달구지를 끌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남도이니 실패는 없겠지’라는 생각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한적한 시골가게 앞에 ‘가정식 백반'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자석에 이끌리듯 끌려들어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어르신들이 보이고 라면도 끓여 먹고 달걀프라이도 하고 계셨다.
잠시 지켜보니 식당안 모서리를 따라 몇가지 음식이 놓여 있고 취향대로 골라먹는 자율식당이었다. 상추,고추를 포함하여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풀치조림도 있는 걸 보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좋아하는 찬과 국을 담아 자리를 잡고 굶주린 배를 채울 참이었다.
갑자기 엄습한 불안감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허기와 바꾼 아내의 동선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음식선택에 여념이 없는 듯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논과 밭으로 출동하는 배달준비로 분주한 상태였다.
그때 좁은 식당안으로 울리는 외침이 들렸다.
“자기야! 달걀프라이 선셋으로 해줄까? 선셋맞지?”
순간 나는 붉어지는 얼굴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는둥 마는 둥 하였다.
‘더 이상은 제발 묻지마' 이것은 부끄러움이고 민망함이다.
다행히 대부분 시골어르신들이라 의아한 표정없이 무사히 저작운동에 열심이었다.
이윽고 내가 접시위에 올려진 달걀프라이를 한입베어물고 나즈막하게 아내에게 말을 건네었다.
“선셋! 맛있네 흐흐"
그녀는 민망했던지 자세를 고쳐잡고 눈을 흘기며 한마디 거들었다.
"미안해 자기야! 갑자기 sunny side up이 생각이 안나더라구”하며 키득거렸다.
그렇게 선셋은 해학으로 의문의 1패를 했다.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C모배우가 ‘아내의 웃음보따리'라며 풀어놓는 유사한 에피소드를 들으며 배꼽을 잡았던 적이 있다. 그것은 머리에서 나오는 고의적인 유머가 아니다. 한이불속에서 오랫동안 숙성한 편안함의 말한마디가 적절한 TPO*와 맞물렸을 때 나오는 그들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일화다.
나는 오늘도 그녀만이 할 수 있는 해학을 기다리고 있다.
*TPO(Time,Place,Occa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