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째가 몸이 뜨끈한 것 같아 체온을 쟀더니 38.7도였다.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더니 다행히 열은 떨어졌다. 몇 주 전에도 열이 나서 소아과에 갔더니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소변검사를 해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요로감염이었다. 요로감염은 완치했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구내염입니다"
구내염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 법정 전염병이다. 그런데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었다. 일단 급한 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등원한 지 한 시간 만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이 방금 투약의뢰서를 보내주셨는데 구내염이라고 쓰여있네요. 어머님, 구내염은 등원을 할 수가 없어요.."
"아.. 네네.. 죄송합니다."
개념 없는 엄마,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남편은 구내염이 등원이 안 되는 병인줄 몰랐다고 한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다더니..ㅠㅠ
우리는 맞벌이 부부이자 육아 도움 받을 곳이 없는 육아독립군이다. 친정어머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연로하신 시어머님은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사신다.
내가 결혼을 할 때 어머님은 우리 시누의 아이를 키워주고 계셨다. 당시 시누 아이가 3살쯤 됐는데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시어머니가 아예 시누이 집에서 평일에 같이 살면서 가정보육을 하고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이제 우리 애도 다 컸으니 너희 아이 낳으면 우리 엄마가 봐주실 거야~" 시누는 그렇게 말했지만 남편 생각은 달랐다.
시어머니는 9남매 중 장남인 시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시어머님은 결혼하자마자 초등학교 다니는 삼촌 목욕을 시키고, 중학교 다니는 삼촌들 숙제도 봐주고 고등학교 다니는 고모님들 도시락도 싸서 학교에 보냈다 했다. 그리고 고모님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그 자녀들 육아까지 어머님의 몫이었다고 했다.
남편은 한평생 애 키우느라 고생하는 어머님을 보면서 자신은 결혼하면 절대 아이를 어머님께 맡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응????)
시어머님은 시누 아이에 시조카들까지 다 키웠으면서 정작 자신의 친 손주를 못 봐준 것에 대해 내게 미안해하시곤 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남편 말대로 시어머님이 미안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어머님께 고맙게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아플 때에도 웬만하면 우리 둘의 힘으로 해결하곤 했다.
자영업 하는 남편은 오전 시간이 좀 여유가 있는 편이라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있거나 일할 때 아이를 데리고 출근한다. 그러면 나는 수업 교체를 부탁해서 오전에 수업을 몰아서 하고 점심시간에 조퇴를 내고 아이를 돌보는 식이다. 일단 오늘은 수업을 내일로 교체한 뒤 조퇴를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러나 다음주가 기말고사인 관계로 이번주는 수업교체도 어렵고, 남편 역시 바쁜 시기라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셨다.
오늘은 애 키우면서 일하기 참 힘들다.. 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을 맡고 있는데 자꾸 자리를 비우니까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다른 선생님께 수업 교체를 부탁하거나 종례를 부탁해야 하니까 그것도 죄송하고. 물론 다들 애 키울 때 다 그렇다고 이해한다 해주시지만 내 맘이 편치 않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올해 우리 둘째는 수두에 요로감염에 구내염, 그리고 첫째는 독감에 최근에는 감기도 심하게 걸렸다. 왜 이렇게 자주 아프지? 수두도 어린이집에서 옮은 거고 구내염도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첫째 독감 역시 그 반에 독감 환자가 나왔으니 옮은 것일 테지. 그런데도 내가 잘 못 챙겨줘서 그러나? 면역력이 약하나? 나도 어릴 때 잔병치례가 심했는데.. 날 닮았나? 까지.. 어느새 내 탓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 때문에 자유롭지도 않고 많은 걸 포기하고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이런 순간이 오면 언제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거의 모든 육아서에는 엄마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엄마들 뇌회로 시스템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어쩌면 아이를 탓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마음이 편해서일지도 모른다. 그저 아이가 빨리 나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오늘 우리 반 단톡방에 별일 없었냐고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아이 아픈 건 괜찮냐고 했다.
"선생님, 아직 애들이 어려서 그렇지.. 이제 애들 좀만 크면 엄마 없으면 더 좋아해요. 저희도 그랬어요. 그러니 좀만 참으세요"
응?.. 응....
위로인 거지?
엄마 없으면 더 좋다는 중2의 위로를 받으며.. 내 탓을 거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