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Sep 05. 2023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

제주에서 생긴 일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아 맞다 빨래!!
밤에 빨래 돌려놓고 잠든 게 생각나서 후다닥 빨래부터 널었다.
이었다면 그냥 자고 다시 헹굼부터 돌릴 텐데 숙소에서 공동세탁기를 쓰고 있어서 른 꺼내 널었다.
 
빨래를 널고 다시 자기엔 이미 잠이 다 깨서 식탁에 앉았다.
 번째 숙소는 식탁에서 바라보는 뷰가 너무 좋다.

식탁에 앉아 전날밤 일을 떠올렸다.

자기 전, 아이가 물 마시다 유리컵을 깼다.
물론 아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가장 걱정되고 중요하지만 내 입에선
"넌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라고 한마디 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유리컵을 깨뜨려놓고 놀라서 쫄아있는 애한테
"엄마가 치울 테니 들어가 있어!"라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나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쭈뼛대고 서있는 걸 그냥 모른 척하고 깨진 유리를 치웠다.


고 누웠는데 갑자기 첫째가 울면서

"엄마,  나는 왜 이렇게 하는 짓마다 고를 칠까?

난 왜 잘하는 게 없을까?" 하는 거였다.

순간 놀라서

"네가 잘하는 게 왜 없어? 

운동도 잘하지, 부지런하지, 동생 잘 돌보지, 착하지.."


그렇다. 장점이 참 많은 아이다.

물론 성격 급하고 렁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사실 이건 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적엔 학교 숙제, 준비물은 기본이고, 도시락 가방도 두고 오기 일쑤였다. 덜렁댄다고 혼나는 게 일이었다.


눈물이 많은 것도 꼭 나 닮았다.

엄마에게 혼나고 지금 첫째처럼 물을 뚝뚝 떨어뜨리면 우 엄마는

"누가 죽었어? 네 엄마가 죽기라도 했어? 울긴 왜 울어?"라며 매몰차게 말했다.


 어린 시절 집에선 칭찬받은 기억은 안 나고 늘 혼난 기억만 난다. 사실 어디 가서 그렇게 혼나는 캐릭터는 아닌데;;

엄마는 시험문제에서 한 개를 틀려와도 칭찬보다는 틀린 하나를 두고 꾸중하셨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대하고, 칭찬받으려고 더 노력하고 애쓰며 살아왔다. 그게 습관이 되었는지 남에게는 관대한 편인데 유독 나에게는 너그럽지 못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대상이 아이가 된 듯하다. 특히 날 많이 닮은 첫째에게 더 그렇다. 아이에게서 나와 닮은 부분,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게 되면 마치 나를 대하듯 다시 엄격해진다.


가끔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티가 난다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 뜨끔한다. 혹시 내게서 그렇지 못한 티가 날까 봐 괜히 찔려한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 자신에게 관대하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을 보면 부러운 까닭이다.


요즘은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려고 한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조금 늦게 일어났어도 괜찮아. 대신 잠을 푹 잤잖아.'

'실수해도 괜찮아. 다음에 다시 해보자'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할수록 정말 괜찮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기-승-전-내 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