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하면서 만들었으니 올해로 5년 차다. 지금까지 같은 학교, 직장 등 비슷한 환경에 놓은 사람들과 또는 최소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해왔는데, 동네 북클럽은 사는 곳만 같은 뿐 하는 일도, 지역도, 나이대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재미있고 애착이 간다.
평일 저녁 서둘러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오후 8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슬리퍼 슬슬 끌고 나와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로 향한다. 가깝고 부담 없어 더욱 편하고 정답다.
하는 일도 관심사도 다양한 만큼 읽는 책도 다양하다. 나는 주로 소설이나 에세이 자기 계발을 읽는 편인데 모임을 통해 전혀 내 취향이 아닌, 또는 혼자라면 절대 안 읽었을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이 모임의 재미 중 하나이다.
이번달에 읽기로 한 책은 황현필의 <이순신의 바다>라는 책이었다.
겉표지나 제목이나.... 내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 아닌 현실 고증 역사책이라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느라 미루고 미루다 지난 일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와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나... 너무 재미있어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매우 많았지만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의 인물됨됨이와 장수로서의 활약이나 면모,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 상황을 하나하나 자세히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을 읽는 동안 시쳇말로 '국뽕'이 차올랐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듯했다.
오늘 모임은 다른 때보다 열띤 대화가 오갔다. 선조 임금과 원균에게 화를 냈다가, 백성을 사랑하는 이순신의 애민정신에 감격했다가..
나는 특히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의 상황까지 계산해서 한 명의 적이라도 더 죽이고 적군 패잔병에 의해 우리 백성이 피해 입는 걸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순신의 애민정신에 크게 감동받았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았습니다'는 너무 유명해져 버린 말이지만 정말 다시 봐도 감동이 차올랐다. 각 해전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설의 17대 1 보다도 더한 싸움이 계속되지만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지 않았던 그 패기와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 능수능란한 전술까지.
다들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순신 장군에게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부터 이번기회에 역사 공부 제대로 하겠다며 학구열이 불타는 분, 이번 휴가 때 현충사를 방문한 분까지.. 혼자 읽을 때도 재미있었는데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과 감상을 함께 나누다 보니 재미는 배가 되었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함께 보면 더 함성이 커지고 즐거움이 커지는 것과 비슷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거북선을 바라보며 외관의 멋스러움만 생각하지 말고 거북선에 탑승해서 전투를 치렀을 선조들의 처절함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당부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론 거북선을 보더라도 그냥 눈으로 훑고 지나가지 못할 것 같다. 오늘 같은 이런 시간은 척박한 일상에 단비가 되어준다.
다음 책은 내가 고를 차례이다.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재미있을까 벌써 설레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