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시간을 들여 뭘 해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지.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특히 일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워킹맘에게 '제대로 챙겨 먹는 일'은 아이에게나 가능한 일이었고, 내 식사는 대충 때우는 게 익숙해졌다. 아침에도 아이들 아침밥을 챙기고 나면, 정작 나는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넘기는 날도 많았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하루 중 유일하게 '차려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달라진 게 있다.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아이들 밥이 아니라 '나의 끼니'를 위한 요리라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아침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지각을 하더라도 아침은 꼭 챙겨 먹었을 정도였다. '무조건 아침을 먹자'는 신념 아래 컸고, 실제로 배를 비운 채 수업을 듣는 일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이 차려주는 밥상 덕분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자취를 시작하며 끼니를 챙기는 일의 고단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챙겨 먹는다'기보단, 그냥 '때운다'는 개념에 가까웠다. 친구들은 나를 부지런하다고 했지만, 실은 그냥 굶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주방 한편에 20인용 밥솥이 있고, 반찬은 각자 냉장고에 이름표를 붙여 넣는 구조. 나는 집에서 반찬을 가져다줄 사람이 없었기에, 주로 참치캔이나 3분 카레를 사다 밥만 떠서 먹었다. 다른 사람들의 반찬 가득한 식탁을 보며, 내 초라한 식사가 부끄러워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해결하는 날도 많아졌다.
못 챙겨 먹는 설움이 커졌을까? 몸과 마음이 유난히 허약해졌다고 느끼던 어느 날, 잘 챙겨 먹기로 결심을 했다. 당시 그 동네 하숙집 중에 밥 잘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 있었는데 식사만 할 수 있도록 월식을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다. 고시원비가 30만 원이었는데 20만 원을 식비로 더 지출한다는 것이 내겐 꽤 부담이었지만 잘 먹고 올해는 꼭 붙자! 는 마음으로 월식을 신청했다. 자취생이 먹기 힘든 생선요리, 브로콜리 같은 야채나 과일은 물론 특식으로 나오는 삼겹살, 백숙까지. 그해 내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절반은 밥 덕분이었다고 믿는다.
그렇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지만,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또다시 내 밥은 뒤로 밀려났다. 저녁은 아이들 반찬을 챙기며 한두 숟갈 집어먹고,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은 '조금만 쉬자'는 생각에 밥대신 쉼을 택하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핑계 삼아 샐러드나 단백질 셰이크로 때우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휴직 중인 지금, 나를 위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커피와 함께 브런치를 만든다. 유튜브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 바질페스토를 바른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하고, 오트밀에 요거트, 사과, 견과류를 올려 간단하지만 건강한 한 그릇을 차리기도 한다.
그 시간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고, 내 하루를 따뜻하게 시작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이렇게 '대충'이 아닌 '정성'으로 먹는 하루가 쌓이자 몸도,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무언가에 쫓기듯 먹던 예전과 달리 천천히 음식을 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끼니를 챙긴다는 것은 나를 소중히 여기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나를 더 건강하게 단단하게 만든다. 휴직이라는 여유 속에서 나는 비로소 그 소중한 진실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