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돌보는 시간

by 슈퍼엄마

나는 평소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었다. 다만, 일할 땐 늘 시간이 빠듯해 새벽에 운동을 해야 했다. 잠이 부족했고, 늘 피곤했지만 그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왜 자지 않느냐고, 굳이 그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럴 때면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마저 안 하면, 무너질 것 같아서.'

그 새벽 운동은 내가 나를 지탱하는 방식이었다. 유일하게 내 몸만을 위한 시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돌봄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새벽마다 수영을 했고, 강습이 없는 날엔 러닝을 하기도 했다. 일어나는 건 늘 힘들었지만, 일단 운동을 하기만 하면 개운했다.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도 상쾌했다. 그걸 알기에, 힘들어도 일어났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새벽 기상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늘 기운이 너무 빨리 고갈되는 것도 아쉬웠다. 특히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한 탓인지 오후 4시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하필 육아와 집안일로 가장 바쁜 저녁 시간에 에너지가 바닥나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간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새벽 시간대에 가능한 운동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배우고 싶었던 운동은 요가였다. 요가는 내가 처음으로 돈을 주고 배운 운동이었다. 수험생 시절,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다 보니 극심한 소화불량과 어깨통증에 시달렸다.

그 시절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도서관에 가기 전, 아침마다 한의원에 들러 배에 뜸을 올리고, 어깨엔 침을 맞고, 허리엔 부황을 떴다. 그렇게 겨우 몸을 추스르며 하루를 버텼다. 그게 20대의 몸이라니, 서글펐고 지쳤다.


그러다 요가를 시작했다. 밤 9시, 공부를 마치고 나서 찾아간 요가 수업이 그날 하루의 유일한 낙이었다. 살기 위해, 견디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몸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임신 중에도 짧게나마 임산부 요가를 할 정도로 요가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작년, 우리 동네에 요가 학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오전 10시와 오후 7시 수업, 그 시간은 내게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가장 바쁜 시간대였다.
결국 다시 요가를 미뤄야 했다.


그리고 휴직 중인 지금, 드디어 요가 수업을 등록했다.
오전 10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이번에 시작한 요가는 ‘아쉬탕가 요가’다. 예전의 요가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전통 요가이다. 운동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까웠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는 시간이다. 요가가 없는 날엔 수영을 한다. 그러나 이젠 새벽이 아니라,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난 9시에 한다. 요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공원에 들러 가볍게 러닝도 한다.


요즘은 내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근육이 생기고, 자세가 바로 잡히고, 무엇보다도,몸을 쓰는 시간이 곧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라는 걸 느낀다. 물론 운동 중간엔 잡생각도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날 때가 있다.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는 순간.

그 고요한 순간에, 나는 비로소 ‘지금’에 가장 온전히 머물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일상에 치여 무리했던 몸을 휴직이라는 여유 속에서 다시 돌보는 일, 그것도 나를 돌보는 한 가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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