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롭지 않은 하루를 만드는 법

by 슈퍼엄마

2월은 나에게 주어진 쉼의 시간이었다. 3월부터 시작될 새로운 일상, 아이들의 새 학기를 준비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 출근 준비도 없고, 시간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한껏 여유로운 날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여유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를 온전히 쉬고 나면 후련하기보다 어딘가 허전하고 불안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스며들었다.

책이라도 읽어볼까 했지만, 자기 계발서를 펼치면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질 것 같았다. 일과 관련된 서적을 읽자니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언제나 소설이다.

작년에 사 두었던 2025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꺼내 들었다. 첫 작품, <좋아라는 마음 없이>.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여자가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떠난다. 남편은 새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그런데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보험금 수익자가 전 아내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새 아내가 전 아내를 찾아간다.

이야기만 들으면 막장 드라마 같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우아했다. 감정의 결을 긁어 긴장하면서도 한 발짝 물러선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삶은 계속 흘러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나는 그렇게 소설 한 편에 빠져들었고, 이어서 구병모, 권여선의 작품까지 연달아 읽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하루가 꽉 찬 느낌이었다. 같은 하루지만, 소설이 삶에 들어오니 더 이상 잉여롭지 않았다. 허전하고 공허했던 시간이 서사의 촘촘한 결로 채워진 것 같았다. 소설이 내 하루에 이야기를 더해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오늘을 잘 보낸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여유로운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다는 불안은 그 시간에 이야기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일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나를 사로잡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는 다시 책장을 넘겼다. 오늘 하루도 잉여롭지 않게, 소설과 함께.


이 연재는, 휴직 중 나를 돌보는 다양한 방식들을 기록하는 에세이입니다.

일과 육아, 성장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선 내가 어떻게 나를 다시 바라보고 회복해 가는지를 나누려 합니다.

쉼의 시간 속에서 마주한 나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마음도 함께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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