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밤

by 슈퍼엄마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아직은 새 집에 대한 설렘보다 이곳을 떠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정말 힘든 시기에 이사 와, 마음 붙이고 살아낸 이 공간.
조용하고 평화로워 마음껏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었던 동네,
내가 나를 다독이며 살아낸 시간이 이 벽에, 바닥에, 창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며칠 동안 짐을 정리하며 버리고 또 버렸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물건들을 보며 어이없고, 때로는 현타도 왔다. 없어도 살 수 있는 물건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이고지고 살아왔구나.

한편으로는 속이 다 시원하다.
비워낸 만큼 가벼워졌고, 가벼워진 만큼 새로워졌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진짜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다.

이젠 집에 애정을 가지고 살고 싶다.
물건 하나하나 자리를 마련해주고, 정리정돈도 부지런히 하며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싶다.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조금 더 단정하게,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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