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를 했다. 정확히는 한 달간의 임시 거처로의 이동이다. 새 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어 단기임대를 했고, 짐은 이삿짐센터에 맡기는 보관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보관이 용이하도록, 우리는 정말 많은 짐을 줄였다. 말 그대로 대대적인 정리였다.
짐 줄이기는 몇 주 전부터 시작됐다. 내 옷과 남편 옷, 무려 50kg을 버렸다. 남편의 대학 시절 옷, 20년도 더 된 낡은 옷더미 속엔 그동안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도 수북했다. 아이들 옷도 정리해 헌옷 수거함에 조금씩 버렸고, 프라이팬, 냄비, 칼, 도마 등 주방 도구도 과감히 정리했다. 책도 백여 권을 버렸다. 아이들이 어릴 적 읽던 유아 책부터 내가 대학 시절 보던 전공 서적까지. 장난감, 인형, 모래놀이 세트, 오래된 화장품들, 신혼 때 샀지만 무겁고 불편해 거의 쓰지 않았던 구스이불도 내다버렸다.
그렇게 많이 버렸는데, 이사 당일에도 여전히 버릴 것이 넘쳤다. 경비 아저씨가 "아직도 더 버리실 거예요?" 하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죄송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때 우리가 살던 30평대 아파트의 10평쯤은 쓰레기가 차지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버려진 그 모든 물건을 마주하며, 마음 한구석이 싸늘해졌다. ‘이 많은 걸, 왜 그동안 갖고 있었을까?’
그동안 쓰지도 않을 것을 사들이고, 물건이 많다 보니 정리는 안 되고, 정리가 안 되니 찾지 못해 또 같은 걸 사고...옷도 늘 입는 것만 입으면서, 또 새로운 옷을 사고 있었다. 나는 ‘나는 많이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정기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쟁여놓는 습관이 늘어났고, 늘 뭔가를 사야 안심이 됐다. 그러면서도 삶은 점점 복잡해지고, 집은 점점 쉬는 공간이 아닌 ‘물건의 무덤’이 되어갔다.
임시 거처로 옮기며 한 달 동안 필요한 짐만 챙겼다. 옷 몇 벌, 속옷, 양말, 그리고 꼭 필요한 생활용품들. 4인 가족의 짐이 트렁크 몇 개에 담겼다. 여름이라 옷 부피가 작아서 더 가능했던 일이지만, 놀랍도록 단출한 살림이었다. 그런데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했다.
임시 집에는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한 것만 하나씩 있었다. 수건도, 그릇도, 가전도 딱 필요한 만큼만 있었다. 덕분에 집안은 정리가 쉬웠고, 설거지도 바로바로 하게 됐다. (예전에는 식기세척기를 가득 채워야만 작동시켰는데 말이다.) 물건이 없으니 자유로웠다. 생각보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미니멀라이프’가 왜 하나의 열풍이 되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삶을 덜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구나. 물건에서 자유로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새 집으로 들어갈 날을 기다린다. 다시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싶지 않다. 집은 짐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쉬는 곳이어야 하니까. 이번 이사를 계기로, 단순하고 정돈된 삶을 지속하고 싶다. 필요 없는 것은 들이지 않고, 지금 있는 것들을 잘 쓰며 사는 삶. 덜어낸 자리엔 결국, 내가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