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확고한 취향
이번 이사를 계기로, 집 인테리어를 새로 계획 중이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바로 둘째 방 만들기 프로젝트다.
올해 여덟 살이 된 딸에게 처음으로 '나만의 방'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건 딸을 위해서라기보다 엄마를 위한 프로젝트다.
우리 집은 안방 침대에서 나와 4학년 아들, 1학년 딸이 뒤엉켜 함께 잔다.
물론 첫째는 자기 방이 있다. 아홉 살이 되던 해, 작은 방에 책상과 침대를 들여놓고 정성스레 꾸며줬지만… 정작 밤마다 그 침대는 비어 있었다. 아들은 여전히 안방 침대에 기대어 잠들었다. 아들과 딸은 서로 엄마 옆을 차지하겠다고 밤마다 결투를 벌인다. 그 마음은 참 고맙지만.. 따뜻한 체온과 껴안은 팔다리 사이로 쌓여가는 정과 함께 나는 수면장애를 얻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아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보내버리겠다는 각오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둘째 방부터 시작이다.
둘째는 취향이 확고하다. 그런데 그 취향이 여느 여자아이들과는 다르다.
우리 딸은 절대 치마는 입지 않고, 리본, 레이스 등과도 거리가 멀다. 딸 키우면서 드레스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 딸의 옷이나 신발을 보고 "이거 오빠 물려받은 거야?"란 말을 자주 듣지만 사실 이 모든 게 딸의 확고한 취향이다.
딸에게 어떤 방이 좋겠냐고 묻자, 그 대답은 단호했다. '파란색!'그리고 딸은 요즘 수달, 바다거북, 물범 등의 바다동물에 꽂혀있다.
그리하여 탄생한 콘셉트: 바닷속을 닮은, 파란 세계 속의 딸의 방.
이층침대를 원하던 딸의 바람은 ‘1층만 사용하는 이층침대’로 절충되었다.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과 꿈을 꾸는 아이의 마음 사이의 조율이었다. 파란색 벽, 물결무늬 조명, 귀여운 거북이와 고래 쿠션, 해초처럼 흔들리는 커튼. 남편은 처음 인테리어 시안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 과한 거 아냐?"라는 말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엔 딸의 취향 그대로 해주고 싶었다.
결과는? 딸의 반응 한 마디로 충분했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이번에는 잠자리 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앞으로 몇 번쯤은 슬금슬금 다시 안방으로 와 엄마 팔베개를 찾겠지만, 자신의 취향이 가득한 자신만의 공간에 딸이 익숙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