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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서재화, 나의 오랜 로망 실현기

by 슈퍼엄마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건 오래전부터 품어온 로망이었다.
하지만 늘 금전적인 이유로 주저했다. 책장을 짜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필요한 곳이면 충분해'라며 합리화를 하며, 집 곳곳에 저렴한 책장을 들였다. 부족하면 하나 더 사고, 또 하나 더... 그러다 보니 기워 입은 옷처럼 산만해졌다.

몇 해 동안 '거실 서재' 사진만 모아 보며 그저 꿈만 꾸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1. 첫 단계, 책 정리

로망 실현의 첫걸음은 책을 비우는 일이었다. 대학 시절 전공 서적과도 과감히 이별했다. '언젠가 보겠지' 하며 묵혀둔 오래된 책, 한 번 보고 다시 펼치지 않을 책, 시기가 지난 자료집, 아이들 전집까지... 족히 수백 권은 버린 듯하다.

이사 첫날, 가장 먼저 책장 정리에 들어갔다. 노트류, 문구류, 앨범, 파일 등은 하단 수납장에 넣었다.
아래 두 줄은 아이들 책 공간이다. 아이들 책도 대폭 줄여, 가장 좋아하는 전집 세트만 각 두 질씩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단행본도 자주 읽는 책 위주로만 남겼다. (물론 엄마의 사심이 조금은 들어갔다.)

그렇게 정리하고도 책이 많아, 전에 쓰던 책장 하나를 맞은편에 두고 영어책만 따로 꽂았다.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에 꺼져가던 아이들의 영어 열정이 다시 살아났으니, 타이밍도 딱이었다.


2. 분위기를 완성하는 아이템

바닥엔 러그를 깔았다. 살면서 처음 시도한 러그다. 먼지가 쌓이고 청소가 힘들 것 같아 남편이 반대했고, 나도 망설였지만 막상 깔고 나니 거실이 한층 포근해졌다.

큰 책상을 찾기 위해 인터넷과 매장을 수없이 뒤졌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가격이 부담스럽고, 가격이 착하면 크기나 디자인이 아쉬웠다. 그러다 이케아에서 딱 마음에 드는 책상을 발견했고, 어울리는 의자까지 함께 마련했다.

TV 없는 건 전혀 아쉽지 않았지만, 소파가 없는 건 조금 허전했다. 그 공백을 채워준 건 남편이 선물한 리클라이너 의자. 하루 중 가장 편안한 나만의 자리다.

조명과 액자도 더했다. 평소 같으면 가성비만 따졌겠지만, 이번엔 '가심비'를 선택했다. 조명, 러그, 액자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이렇게 크다니.



3. 화룡점정, 뷰

그리고 마지막 한 방, 창밖 풍경이 이 거실 서재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책과 의자, 조명과 러그, 그리고 창 너머로 보이는 산과 하늘.
이제 이곳은 오래 머물고 싶은, 나만의 완벽한 거실 서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젠 혼자만의 독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이 서재는 우리 가족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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