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에 대한믿음

by 슈퍼엄마

“새 집에 들어가면 이번엔 꼭 정리정돈 잘하고 깨끗하게 살아야지.”
이사 후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다짐을 내뱉으면, 곧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럴 거 같지? 얼마 못 가. 금방 지저분해져. 그러다 또 포기하지 뭐.”

예전 같으면 나는 아니라고,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나의 의지를 열정적으로 변호했을 것이다.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과 계획까지 조목조목 내세우며 설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힘을 굳이 쓰지 않는다. “맞아,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대화를 흘려보낸다. 그런 논쟁이 결국 의미 없고, 내 마음만 소모시키는 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리하는 일엔 서툴기도 하고, 꽤 귀찮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안될 거라며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시작하고 싶다. 그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를 지나가다 보면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나는 누군가의 결심을 가볍게 꺾는 말들이 싫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시작하려고.”
“오, 멋진데! 잘해봐.”라는 응원 대신에,
“에이, 얼마나 가나 보자.” “됐어, 그냥 먹어.”라는 말.
그 말이 장난이든 습관이든, 상대방의 다짐에 찬물을 끼얹는 순간 나는 대화를 더 이어갈 의지를 잃는다.

물론 세상 모든 말이 칭찬과 공감일 필요는 없다. 집에 놀러 와서 “참 환하고 좋네”라는 인사치레보다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는 말이 더 솔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금방 꺾일 다짐이라도, 부족한 선택이라도 “잘할 수 있어.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그 의지를 조금 더 길게 붙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을.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힘을 건네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시절에는 “사람은 안 변해”라는 말을 믿었다. 나 역시도 무심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분명 변한다. 하루의 변화는 티 나지 않지만, 그 하루가 십 년 쌓이면 우리는 처음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믿는다. 김영하 작가의 <단 한번의 삶>에서도 인간은 변한다는 그의 생각이 반가웠던 것도 이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믿고 싶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는 희망을. 실패가 전부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발판이라는 것을. 나는 늘 어떤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의 다짐을 꺾는 대신, 함께 그 가능성을 오래 지켜봐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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