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둘째는 떼가 너무 심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면 '네' 하는 법이 없다.
"안돼. 싫어. 몰라" 3종세트를 입에 달고 산다.
어린이집 하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튜브 본다고 떼를 쓰고, 밥 먹기 전에 간식을 먼저 먹겠다고 떼를 쓴다. 슬슬 올라오는 화를 꾹 참으며 좋은 말로 타이르지만 결국 식사시간에 터지고 만다.
밥상 앞에서 세월아 네월아~ 딴짓하기 일쑤다. 좋은 말로 먹으라고 하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밥 좀 먹어!!"
라고 큰 소리를 내면 "유튜브 보여주면 먹을게." 하며 내게 딜을 시도한다.
"밥을 다 먹어야 보여줄 거야~"
"그럼 나 우유 따라줘~"
"그것도 밥 다 먹고 줄 거야~"
"그럼 나 밥 안 먹어!!!"
이제 6살짜리랑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면 첫째는 다 먹은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가져다 놓고는 자기 방 장난감을 치우고 책상 정리를 한다.
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봐 알아서 눈치껏 구는 모습이 짠하다.
결국 먹다 만 둘째의 밥그릇을 다 치워버리니 자기가 밥도 안 먹었는데 치웠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뒤이어 다 먹었으니 유튜브 보여달라고 또 난리...
결국 나도 화가 참지 못해 폭발했고 그렇게 둘째와 전쟁이 시작된다. 무서운 얼굴을 지어 보이며 내쫓는다고 협박도 하고, 같이 소리도 지른다. 결국 둘째가 울다 지쳐 잠들어야 이 전쟁은 끝이 난다. 첫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가와 저녁마다 엄마랑 동생이랑 싸우는 거 너무 속상하다고 한다.
"엄마 나도 애기 때 그랬어?"
속으로 말한다...'넌.. 더했지..'
사실이다. 우리 첫째는 둘째보다 훨씬 더 했다. 매일같이 내 한계를 시험했다.
떼쓸 때면 건물 엘베이이터 안이든 길 한복판이든 대형 마트든 그냥 대자로 드러누워 우는 아이였다.
그에 비하면 둘째는 순둥이였다.
그랬던 첫째가 이제는 엄마랑 동생 눈치보기 바쁘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다 싶으면 괜히 청소를 하고, 공부를 한다.
엄마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밀려오고 속상해하면 그런 나를 첫째가 위로한다.
"다인이가 좀 심하긴 하지. 나도 걔 때문에 화날 때가 많아. 그래도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괜히 멋쩍어서 "맨날 화만 내는데.. 엄마가 왜 좋아?"라고 물으니 대답한다.
"내 엄마라서.."
어떤 말대신 그냥 꼭 안아줬다.
나는 대체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한 걸까? 그냥 내 아들이고, 내 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꼭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를 힘들게 한다고, 아이를 미워하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많이 부끄럽다.
말 잘 듣는다고 웃으며 칭찬하다 말 안 듣는다고 금세 돌변해서 혼을 내는 그런 엄마를 보며 아이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사실 나 역시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내가 공부를 잘하거나, 동생을 잘 돌봐주거나 엄마말을 잘 들어야만 웃어주는 엄마를 보며, 그냥 내 존재만으로는 사랑받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사랑받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 내 모습을 우리 첫째가 닮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눈물이 났다.
둘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엄마와의 전쟁은 기억도 안나는 듯 나를 찾고 나에게 안긴다. 어제 그렇게 혼나고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
그냥 내 엄마니까...
그냥 엄마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엄마도 너희를 '무조건' 사랑해.'
그 마음이 전해지도록 노력하는 하루를 보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