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한 병으로 만드는 초간단 수육
<"기저질환 없었는데" 건강하던 30대 청년, 화이자 맞고 또 숨져...>
백신 접종을 예약한 뒤부터 유독 비슷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신보다 더 귀신같은 알고리즘은 내 불안들을 증폭시키려 작정한 듯 백신 접종 후 후유증에 대해 쉴 새 없이 업데이트를 했다.
주변에도 하나 둘 접종을 완료 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는 사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겪은 사람도 있었다. 화이자를 맞고 숨이 안 쉬어지듯 답답한 가슴 통증을 겪었다는 친구도, 부정출혈과 생리불순을 겪고 산부인과를 찾아갔다는 친구도 있었다.
지금 내 몸은 너무 건강한데, 백신을 맞아서 괜한 병을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혼자 사는 내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 고독사 하는 거 아니야? 불안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제라도 백신예약을 취소해볼까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었다가 '에이 아니야. 설마, 별일 없겠지!' 하며 전화기를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질병관리청에서 [접종 1일 전 안내] 문자를 받고야 말았다. 회사에는 백신 휴가를 신청해둔 상태였고, 가족, 지인들에게도 백신을 예약했다고 이미 말을 한 상태였다. 더 이상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을 다잡고 백신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일단은 약국에서 타이레놀과 쌍화탕을 샀다. 그 뒤엔 정육점에 들러 통삼겹을 샀다. 혹시 아플지도 모르니 약을 사고, 백신을 맞고 난 뒤에는 건강한 음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으니 고기를 샀다.
사실 자취생이 몸보신을 하는 것은 참 어렵다. 밖에서 파는 음식 말고,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오는 배달 음식 말고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설프더라도 집에서 정성 들여 한 집밥으로 몸보신을 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쌍화탕으로 수육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름하여 "쌍화탕 수육"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1) 정육점에서 통삼겹살을 삽니다.
2) 통삼겹살을 냄비에 넣고, 된장을 크게 한 스푼 퍼서 넣어줍니다.
3) 고기가 물에 잠길 정도로 넣고, 쌍화탕 한 병을 부어주세요. 후추도 뿌려주세요.
4) 강한 불에 10분 정도, 중 약불에 40분 정도를 끓여주세요.
5) 고기를 썰어내고, 어울릴 만한 밑반찬들과 함께 드세요!
백신을 맞는 건 20초 만에 끝났다. 혹시 모르는 이상반응에 대비해 병원에서 20분 정도를 대기할 때도 평온하게 지나갔다. 다행히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백신은 맞고 나서부터가 시작이니 몸보신이 필요했다. 집에 돌아와 정육점에서 산 통삼겹과 약국에서 산 쌍화탕, 그리고 집에 있는 된장과 후추를 같이 넣고 50분을 펄펄 끓였다. 집 안에서 몸에 좋은 한약재 냄새가 진동했다. 어릴 땐 한약 냄새가 그렇게 싫었는데,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한약재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몸보신이 되는 느낌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고기를 도마 위에 올렸다. 한 손으로는 집게를 잡고, 나머지 한 손에 칼을 들고 조심스레 고기를 잘랐다. 야들야들하게 익은 고기는 한눈에 봐도 부드러워 보였다. 고기 위에 쌈무와 무말랭이 무침을 얹어 입에 넣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이게 진짜, 내가 삶은 수육이 맞아?!"
본래 수육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채소들을 넣어 잡내를 없애야 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고기를 부드럽게 해야 한다. 그래서 자취생인 나에겐 큰 마음을 먹고서야 도전해 볼 법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쌍화탕 한 병이면 잡내 없고 부드러운 수육을 맛볼 수 있다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고기 덕에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과 백신을 맞고 욱신욱신 아파오는 몸을 치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오늘 백신을 맞았다면, 혹은 마음이나 몸이 욱신욱신 아픈 날이라면 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선 쌍화탕을, 정육점에선 통삼겹살을 사보는 걸 추천한다. 온 집안에 풍기는 몸에 좋은 한약재 냄새를 맡을 때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