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시작되었던 우리 집 3세 아이의 Pre-K 사립학교 보내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합격을 했냐고요? 아니요, 아직 학교에서 합격, 불합격 결과를 듣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받든 사립학교 보내는 것은 이번 기회 말고 다음으로 (2년 뒤, 혹은 10년 뒤!) 미루기로 했어요. 바로 얼마 전, 너무나 뒤늦게 그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들었거든요. 바로 아이가 9월에 들어갈 3,4세 반은 5일 종일반이 없다는 사실 말이지요. 학비, 꽤 길어지는 등교시간, 적극적이어야 하는 부모 활동 등 모든 요소들은 다 받아들일 수 있어도, 아이를 매일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은 이 모든 입학 지원 과정을 포기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지요. 지난 몇 달 동안 제가 서칭 했던 과정을 나중에 기억해두기 위해 한 번 남겨볼까 합니다.
시카고에는 유명한 사립학교들이 몇 군데 있어요.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시카고 대학 부설의 Lab School,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 대학 교수 시절 딸들을 보낸 학교지요. 이 곳은 60프로 이상이 시카고 대학 교수, 교직원 자녀이고, 또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중에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있는지를 따지는 Legacy를 많이 보는 학교이기 때문에 웬만하여서는 입학이 아주 어려워요. 돈만 있다고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아니지요. 마침 5월 초에 이 학교에서 정말 오랜만에 Open House가 있다고 해서 구경을 가보려고 하니 다녀와서 또 소개를 해보도록 하지요.
Lab School과 함께 유명한 곳으로는 Latin School, Francis W. Parker School가 있어요. 아마도 이 세 학교가 시카고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학교이고, 그만큼 들어가기도 힘들지요. 그 외에도 다양한 사립학교들이 있는데 다 각자의 개성과 특색이 있어요.
제가 이번에 지원했던 학교는 The Frances Xavier Warde Catholic School이라는 가톨릭 사립학교예요. 이 학교를 지원했던 이유는 가장 제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Diversity, 즉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이 학교의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이지요. 미국에 살면서 동양 여자 아이가 느끼게 될 수많은 감정과 상처들로부터 최대한 보호를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더 좋은 대학 보내고, 더 시설 좋고 그런 학교들은 많겠지만,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부터 모든 교직원들이 Diversity를 학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을 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들으면서 이 학교에 끌리게 되었지요.
제가 이번에 (제 삶의 모토인...) 또 멘땅에 헤딩하면서 사립학교 보내기 프로젝트를 해본 결과, 지원하는 방법은 어느 학교나 비슷한 것 같아요. 제일 먼저 학교 웹사이트에서 오픈 하우스를 연다는 소식이 뜨면 지원을 해서 학교를 둘러보게 되지요. 모든 학교에 지원을 할 수는 없으니 아이와 부모에게 맞는 학교를 1차적으로 선별하게 돼요.
그 다음에는 입학 지원서를 써야 되는데 서류 통과 과정이지요. 단순히 객관식으로 쓰는 게 아니라 몇 가지 질문이 주어지고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쓰게 되어 있어요. 물론 부모가 작성하는 것이고요. 학교마다 이 질문은 다르겠지만, 제가 지원했던 학교의 경우에는 1. 왜 우리 학교를 지원하는가? 2. 가족 소개를 해달라. 3.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가치는 무엇인가? 4. 부모가 학교 활동에 어떻게 동참하고 싶은가? 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여기에서 정말 순수하게 묻는 질문에 답하기 보다는 최대한 입학 사정관들을 어필하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 웹사이트를 찾아서 그 학교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우리 부모의 가치관이 같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부모의 직업, 경력을 소개하면서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학교에 봉사할 수 있는 부분과 직접 연관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서류 접수가 끝나면 Play Visit이라고 아이 면접을 보게 돼요. 보통은 아이가 다니고 있는 데이케어를 입학 사정관이 방문을 해서 아이의 성향, 발달 수준 등을 확인하게 되지요. 그 다음으로는 대망의 부모 면접. 이때 아이는 동반하지 않고 부모만 가서 면접을 보게 되는데 가정환경, 문화, 얼마나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지요. 보통 11월에 지원을 시작해서 2월 중순 정도에 합격 발표를 합니다. 여러 학교를 붙은 아이들은 골라갈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등록 학생들이 4월 정도까지 입학 여부를 결정하면, 드디어 9월에 새롭게 입학할 학생들이 정해지는 것이지요.
아, 앞서 얘기했던 데로 3세 반은 종일반이 없다는 사실. 이건 정말 충격적인 뉴스였어요. 일주일에 2,3번만 가거나, 혹은 5일을 가더라도 아침 혹은 오후 3시간씩밖에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인데 이건 정말 큰 차이거든요. 보통 3세 아이들은 한국의 어린이집처럼 일주일 내내 오전, 오후 다 하는 데이케어를 다니는데 갑자기 사립학교 Pre-K를 지원해서 합격을 하게 되면 기존에 학교 다니던 시간의 절반도 못 가게 되는 거잖아요.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부모랑 놀거나, 내니를 구하거나, 아니면 학교 안 가는 날 다른 유치원을 병행해서 다녀야 된다는 것인데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렇게나 번거롭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스케줄인데도 왜 부모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무릅쓰고 3세에 사립학교를 보내려고 애를 쓰는가! 이것은 바로 정식 의무 교육이 시작되는 5세 킨더가든의 자리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때도 새롭게 지원을 해서 합격을 하면 좋겠지만, 그때는 정말 좋은 사립학교 자리 하나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거든요. 그래서 부모들이 기를 쓰고 2년을 고생해서 아이를 인기 많은 사립학교 3세 반에 보내며 자리를 맡아 놓는것이지요.
한국에서 모든 교육을 받은 저도 (공부 잘하는 것에 큰 욕심이 없으셨던 우리 부모님 제외하고)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미국은, 그야말로 반전이었습니다. 전 미국 교육은 그냥 아이들 천국일 줄 알았거든요. 제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지요. 물론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가정은 제가 생각했던 시험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해도 되는 그런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여기 살면서 보게 되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의 교육열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긴 해도), 그 열기는 한국, 그 이상이에요.
당장 다음 9월 학기부터 도대체 혼자서 어떻게 매일매일 아이를 차 태워 등하교시키나 고민을 했던 저의 고민은 고맙게도 저 멀리 물 건너갔지요. 적어도 2년은 더 지금 다니는 데이케어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2년 뒤에 지금 유치원을 졸업하는 시점에 동네 가까운 공립학교를 보내든가, 아니면 행운을 바라며 보내고 싶은 사립학교에 또 지원을 해볼 수 있겠지요. 어쨌든 진학 여부를 떠나 미국에서 사립학교 보내기 프로젝트 제 1회를 마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합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블로그, 구글 뒤져가며 지원을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 멘땅에 헤딩하며 배운 덕분에 나중에 사립학교 보내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다면 그 때는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생겼거든요. 언젠가는 프로젝트 성공기를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