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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n 04. 2019

뉴올리언스 악어를 찾아서

늪지대 야생 악어 투어

Labor Day 주말에 뉴올리언스를 가기로 결정한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100년 전 신문사를 멋진 호텔로 탈바꿈한 The Eliza Jane 호텔이 궁금해서였고, 두 번째는 남부의 미국식 Soul food를 먹고 싶어서였고, 그리고 last but not least, 아이가 좋아할 악어가 사는 늪지대를 탐험해보기 위함이었죠. 이제는 4살 반이 된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데는 서로 도가 트인 것 같은데요, 가장 쉬운 방법은 제가 좋아하는 것 반, 아이가 흥미로워할 것 반을 적절히 섞어서 일정을 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이에게, '너 100년 된 신문사 호텔에서 자보고 싶니?'라고 하면 아이는 그냥 자기 방에서 놀고 싶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가기 전부터 뉴올리언스에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알아봤고, 배 타고 악어 탐험을 나갈 수 있는 Swamp 투어 사진을 보여주며 이번 여행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한껏 높여주었죠.



야생 악어 늪지대 투어는 뉴올리언스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어요. 저희는 잘 모르기 때문에 호텔 컨시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죠.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에서 차 타고 약 40분 정도 달려가다 보면 미시시피 강 늪지대가 나오는데 바로 그곳에 여러 악어 투어들이 몰려있어요.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저희는 뉴올리언스 서버브 구경도 할 겸 하루 차를 렌트해서 가보기로 했지요. 차를 타고 미국 시골 여행을 하면 정말 로컬 사람들만 가는 멋진 장소들이나 맛있는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드라이브하고 이쁜 동네를 지나가다가 발견한 빈티지한 아이스크림 가게. 
너무 더운 오후, 뉴올리언스의 또 다른 명물 스노 콘 가게를 발견했다. 복숭아 맛은 처음 먹어봤는데 하와이 스노콘이랑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맛있었다.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이렇게 미시시피 리버가 나옵니다. 저희는 중간에 다른 곳들을 들르느라고 바로 오진 않았지만, 높은 마천루들이 있는 도시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진짜 야생 악어들이 산다니, '역시 남부구나' 싶었어요. 여기가 서울이나, 시카고, 뉴욕이라면 사람들이 빨리 악어 잡으라고, 위험하다고 난리 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 가평 즈음에 있는 한강에 악어가 나타난다면 말이죠. 



예약한 시간에 가면 그룹별로 배를 타고 늪지대로 나갑니다. 운이 좋으면 늪에 사는 야생 돼지, 너구리, 아주 작은 악어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뉴올리언스 악어 투어는 이 곳에서도 인기가 아주 많은지 배가 여러 대 운영이 되고 있는데 배에 타고 있는 가이드 아저씨들이 서로 오늘 악어는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교환하죠. 사실 투어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나도 기대했던 큰 악어는 한 마리도 볼 수 없어서 '이거 여기까지 왔는데 악어 못 보고 가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까지 아껴둔 것이더라고요. 


이렇게 배를 타고 수심이 얕은 늪지대를 천천히 구경한다


생각보다 길었던 늪지대 투어의 전반부가 끝나고, 드디어 좀 더 깊은 미시시피 강으로 한참 배를 달려 드디어 악어가 사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악어가 있는 곳에 배가 멈추자 악어들이 하나씩 배 쪽으로 스르륵 왔어요. 아마도 가이드 아저씨의 한 손에 소시지 간식이 들어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이 장면을 보고 과연 이 악어들을 진짜 야생 악어라고 불러도 될까,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강아지 간식 주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소시지 받아먹는 늪지대 악어라니! (심지어 가이드 아저씨들이 지어준 이름도 있더라고요) 



도대체 미시시피 강에 악어가 얼마나 많은 건지, 악어 투어를 마치고 나왔을 때 저런 악어 상품들이 있었는데, 이 또한 남부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고 방법이니 뭐라 탓할 순 없는 거겠죠. 



악어 투어를 가기 전에 혹시 아이가 무서워하면 어쩌나, 조금 고민을 했었는데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투어는 안전했고, 또 우리가 흔히 Alligator와 Crocodile을 같은 악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곳에 사는 Alligator는 아프리카 등지에 사는 Crocodile과 달리, 덜 공격적인 악어를 뜻한다는 걸 이 곳에 와서 배웠죠. 누군가 뉴올리언스 여행을 간다면, 꼭 미시시피 늪지대 투어를 빼놓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동물원이나 디즈니 월드에서 보는 악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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