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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16. 2020

미국 입국 대기시간: 6시간

MBA 비즈니스 케이스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까?

오늘 시카고 오헤어 공항은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에서의 입국 제한 조치 이후 집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들로 전례 없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입국 대기 시간은 평균 6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연일 공항에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인들의 행렬을 보도하고 있고,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저 속에 있으면 없던 병도 걸릴 것 같다'라며 걱정한다. 이런 긴 행렬은 지금 오헤어 공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슈퍼마켓에서도 볼 수 있다. 코스트코가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카트 부대가 건물을 몇 바퀴 둘러싸고 있고, 입장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화장지, 생수, 고기 등 이들이 재난 필수품이라 여기는 물품들을 카트에 성공적으로 넣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자, 혹시 여기서 MBA에서 배웠던 비즈니스 케이스가 지금 미국인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줄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케이스'The Psychology of Waiting Lines (대기줄의 심리학)'를 소개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된 대기줄들에 대한 질문들을 답해본다. 1984년에 작성된 HBS 케이스로, 이미 외식업, 놀이공원, 은행, 항공사 등 여러 서비스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본 글에선 핵심 내용만을 요약하고 HBS 케이스에서 다룬 구체적인 사례들은 설명하지 않겠다.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대기시간들에 케이스 내용을 적용시켜 풀이해보도록 하겠다.


미국 공항은 유럽 여행금지 조치 후 급하게 귀국하는 사람들로 수 시간의 대기줄이 생겨났고,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할인마트들 또한 대기줄이 배가되었다.


대기줄의 심리학: 대기줄을 서는 사람들의 8대 심리 특징

David H. Maister 교수의 HBS 케이스 'The Psychology of Waiting Lines (대기줄의 심리학)'


6시간: 미국 입국을 위한 대기시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여 유럽으로부터 입국 제한을 발표한 후, 미국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6시간의 대기시간이 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긴 대기시간에 대해 접했을 승객들이지만,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조금이라도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공항 입국장은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주기에는 법적 규제 등 많은 제약사항들이 있다. 그럼에도 '대기줄의 심리학'을 활용했다면, 작은 변화로도 승객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줄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1.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기 시간은 무언가를 하며 기다릴 때보다 길게 느껴진다: 대기 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겠지만, 승객들이 대기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여 체감하는 대기시간을 줄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유럽에서부터 도착한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입국 제한 발표로 불안에 떨고, 많은 질문들이 있었을 것이다. '입국 제한 발표 후, 입국 절차는 바뀐 것일까? 건강 체크 설문조사 등 작성해야 되는 서류는 없는 것일까? 입국 후 14일간 격리를 해야 된다던데, 사실일까? 이 많은 인파와 접촉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받아야 되는 건 아닐까?'


승객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그들의 질문들을 예상했다면, 간단한 FAQ 팜플랫 책자를 제작하여 게이트에서 배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책자 등 관련 정보는 승객들의 불안감을 줄여줌은 물론, 긴 대기시간을 덜 지루하게 만드는 동반자가 되어줬을 것이다. 맛집들에서 대기 고객에게 메뉴판을 미리 배포하는 것. 병원 대기실에서 무료 신문/잡지를 제공하는 것.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체감하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다.


14일 자가격리가 의무화된 유럽 입국 승객들에게, 게이트에서 격리 방법 안내서와 같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6. 불공정한 대기 시간은 평등한 대기 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 언론에서 입국장에서의 대기시간을 보도할 때는, 유럽으로부터 출국한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한다. 그런데 입국장에는 실제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타 대륙으로부터 온 승객들이 혼재하고 있다. 유럽에서 건너온 승객들은 입국 제한 발표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로, 긴 대기시간을 예상하고 있었던 승객들이다. 그렇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단 2명밖에 없는 세이셸에서 신혼여행을 하고 돌아온 커플은, 자신들이 6시간의 입국 대기를 거쳐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분명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바이러스 확산 고위험 국가로부터 온 승객들과 같은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야 된다면 말이다. 미국 입국장은 국적과 비자 종류로만 구분을 할 뿐, 출국 지역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6시간의 대기줄이 생긴 임시 시간 동안은, 비 위험 국가로부터 온 승객들에게 별도의 대기줄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3시간: 코스트코에서 생필품 구매를 위한 대기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시카고 도심에도 모든 할인마트, 슈퍼마트 앞에 긴 대기줄이 들어섰다. Whole Foods는 가게가 열기도 전 이미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혹시 도심 외각의 마트들은 괜찮지 않을까 하여 찾아갔던 서버브의 마트들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긴 줄을 서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마트들은 텅텅 빈 진열대들로 고객을 환영한다. 평상시 10분이면 마쳤을 쇼핑. 3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금, 사람들은 왜 마트들을 찾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억제할 수 없는 것일까?


화장지, 생수 등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 식자재까지 모두 사라지고 있다.


7. 서비스 가치가 높을수록,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서비스 가치가 높을수록,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2-3주간 외출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식자재와 의학품을 확보하라는 언론 방송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건/서비스의 가치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줄의 심리'를 역으로 활용한다면, 대기줄을 줄이고 사재기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금주 들어 대부분의 마트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구매 물량 제한 (일인 생수 2줄 제한 등), 그리고 몇몇 오프라인 매점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온라인 전용 할인행사 등은 긴 대기시간 후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상대적으로 줄임으로서 오프라인 매점으로의 고객 유입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다.


구매 물량 제한, 온라인 쇼핑 대안 안내 등 오프라인 마트에서 쇼핑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억제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MBA 비즈니스 케이스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시사점들은 기업 경영만이 아닌 일상생활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브런치 글을 작성하며 도움되는 비즈니스 케이스들을 다시 읽는 재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 밖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요즘, 집에서의 긴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취미활동인 것 같다.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 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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