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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27. 2020

달리자, 서부를 향해 1300마일

드디어 옐로스톤을 향해 떠나다

이거 정말 가도 되나, 여행 짐을 챙기면서도 수많은 고민을 했던 옐로스톤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옐로스톤까지 1300마일(2천 킬로). 평생 살면서도 차 타고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이번 여행은 호텔이 아닌 대부분의 일정을 우리가 직접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 먹는 캠핑으로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몇 배가 되었죠. 남편은 출발하는 날 직전까지도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대부분의 짐은 제가 싸야 되었는데 저도 이런 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지난 몇 주간 열심히 오며 가며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뭔가를 빠뜨리고 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 차는 작은 SUV인데 모든 짐을 한가득 싣고 나니 가벼웠던 차가 묵직해졌습니다. 원래 저희 가족은 어디 여행 갈 때 최대한 짐을 안 가져가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중간에 빨래도 할 수 없고, 너무 추울 수도, 너무 더울 수도 있으니 그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짐을 꾸려야 했습니다. 더 이상 차 안에 짐을 넣을 공간이 없어졌을 때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이제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닥치면 해결해보자란 마음으로요.

 

아이에게 지도책을 쥐어주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이 동네엔 무슨 재미난 것들이 있는지 배우면서 갈 수 있어요.


시카고에서 옐로스톤까지 우리는 한 번을 끊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휴가가 총 9일 정도였으니 운전자의 컨디션에 맞춰 오며가며 하는 시간을 각각 이틀로 잡기로 한 것이지요. 우리의 첫 번째 목표지는 미네소타. 이른 오후 시카고에서 출발한 우리는 이제 막 컴컴해지기 시작하는 미네소타에 도착했습니다.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몇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미네소타는 벌써 초겨울이 찾아와 있었어요. 옐로스톤에 가서나 꺼내 입겠지 생각하고 챙겨 왔던 겨울 코트를 허겁지겁 꺼내 입었습니다. 밤에 잠깐 들른 곳이지만 미네소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도시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있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이 곳에는 윤서가 예전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Crayola World가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이번엔 시간이 안 맞아 다음 번을 기약해야만 했죠.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여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찍 잠들었어요. 다음 날의 본격적인 대장정을 위해서 말이죠.

 

작은 책상을 꾸며주니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노래도 들으면서 차 속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잘 견뎌주던 아이



다음 날 새벽 4시, 먼 길을 떠나야 된다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는지 저도 남편도 동시에 눈이 번쩍 뜨였어요.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안고 호텔을 나와 추운 미네소타 새벽 거리를 뚫고 자동차에 올라탔습니다. 로드트립을 할 때는 무조건 새벽 일찍 출발을 해야 된다는 어떤 유튜버의 말을 봤거든요. 그리고 여행 내내 이 귀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고속도로에 불이 환하게 켜있지 않기 때문에 밤 운전이 무척 위험해요. 호수도 많고 그만큼 안개도 많기 때문에 만약 날씨까지 안 좋으면 운전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미네소타에서 몬타나까지 하루만에 가야되는 이 날의 여정.


어두운 새벽의 미네소타를 빠져나와 꽤 오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차의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우리의 뒤편으로 새벽 동이 트는 게 보였습니다. 우리가 서부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죠. 구글맵을 쳐보니 앞으로 서쪽으로 1300마일 직진, 지도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 땅의 절반 정도를 가로지르게 된 옐로스톤 탐험대,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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