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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29. 2020

옐로스톤에 우리집 짓기

옐로스톤 캠핑 여행기

옐로스톤 내셔널 파크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제일 먼저 우리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바로 텐트 말이지요! 옐로스톤 안에는 12개의 캠핑 그라운드가 있는데요, 우리가 간 때는 9월 말이라 꽤 많은 캠핑장들이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고 길이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9월 초부터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거든요. 다행히 우리는 지금 딱 하나 열려있는 유일한 캠핑장인 Madison Campground에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내셔널 파크 캠핑장은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하고 떠나야 해요. 왜 그런지는 나중에 그랜드 테톤 글에서 설명해볼게요.


매디슨 캠프그라운드는 옐로스톤의 딱 중간 부분에 위치해있어요. (옐로스톤 지도: http://npmaps.com/wp-content/uploads/yellowstone-national-park-map.jpg) 한반도 지도를 기준으로 서울 정도에 위치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옐로스톤 안에 있는 여러 관광지 어디든지 이동하기가 좋은 곳이에요. 옐로스톤 북쪽에서 남쪽 끝까지 가려면 두 시간 정도가 걸리는 것 같은데 매디슨 캠프 그라운드에서는 대부분의 곳을 30분~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지요. 저희는 낚시를 못하지만, 여기 캠핑장에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처럼 플라잉 피싱을 할 수 있는 강이 가까이에 있어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옐로스톤이 있는 몬타나가 배경이다.


캠핑장 입구에서 체크인을 하고 드디어 도착한 우리 집 땅. 앞으로 삼일 동안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아주 소중한 땅이지요.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언제, 어디에서 곰이 뛰쳐나와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고 착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셋이 계속 함께 붙어 있었어요. 아이한테 계속 "이리 바짝 붙어, 곰 나와!"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지요. 옐로스톤 여행이 다 끝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얼마나 웃긴 행동이었는지 몰라요.


다른 캠핑장을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여기 내셔널 파크 캠핑장은 사이트들이 유독 서로 붙어있어요. 아마 안전상의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산림 보호 차원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정도라면 우리 사이트에 곰이 걸어 들어온다면 다른 집에서 다 보이기 때문에 함께 도와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캠핑장 입구에서 예약 안 한 곰은 체크인이 안될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캠핑 초보지만, 그래도 이제 몇 번 해봐서인지 캠핑장에 가면 우리 식구 각자가 자기 역할을 착착착해내요. 남편이 텐트를 칠 땅을 고르고 셋업을 시작하면, 저는 아이스박스와 음식 정리를 하죠. 그동안 아이는 작은 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솔방울이나 솔잎들을 모아놔요. 나중에 캠프파이어 불을 지필 때 유용하게 사용되거든요. 옐로스톤 캠핑장의 재밌는 점은 각 사이트마다 Bear Proof 캐비닛이 있다는 점이에요. 곰이 음식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사람이 손을 깊숙이 넣어야 탈칵하고 열릴 수 있게끔 만들어졌죠. 그 안에 우리는 가져간 음식들을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삼일 동안 우리의 집이 되어줄 텐트도 치고, 짐들을 정리하니 그제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도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텅 비었던 옆 집 캠프 사이트에도 하나 둘 텐트가 만들어지고 불이 켜지니 뭔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지요. 옐로스톤을 오기 전에는 혹시 외딴 숲에 우리만 홀로 있는 게 아닌가, 곰의 습격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거든요. 여긴 마치 사이좋은 스머프들의 마을이라고 하면 딱 맞겠네요. 조금씩 어둑어둑해진 초저녁, 우린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가족처럼 한 번 마실을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옐로스톤 캠핑장을 예약하는 방법: 

옐로스톤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캠핑장 예약 코너가 나옵니다. 사이트별로 가격은 다른데 다른 미국의 캠핑 사이트와 비슷한 가격인 2,30불 대에 예약을 할 수 있어요. 캠핑장마다 부대시설이 다 다른데 어떤 캠핑장은 샤워시설이 없는 곳도 있고, 전기 사용이 안 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가 갔던 매디슨 캠프 그라운드는 샤워 시설은 없는 곳이었지만, 멀지 않은 West Entrance 밖으로 유료 샤워 시설 & 빨래방이 있었어요.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화장실을 2시간마다 청소, 소독을 하기 때문에 매우 깨끗했고, 특히 아기 기저귀 교환대와 히터가 있어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제가 가본 일리노이 주에서 운영하는 숲 속 캠핑장들보다 운영이나 시설 면에서 이 곳 내셔널 파크가 더 뛰어났으니, (제가 그랬던 것처럼) 옐로스톤 캠핑장에 간다고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https://www.yellowstonenationalparklodges.com/stay/cam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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