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캠핑 여행기
원래 우리가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생각했던 목적지는 옐로스톤이 아니라 콜로라도 아스펜이었어요. 미국에서 한겨울에 스키타는 곳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좋은 리조트들이 많이 있고, 또 이 맘 때 즈음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옐로스톤으로 여행지를 바꾸는게 어떻겠냐고 물어왔어요. 생각해보니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풍경 좋은 아스펜보다는 곰이나 엘크, 무스 등 야생 동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옐로스톤이 나을 것 같다며 말이지요. 사실 전 아스펜이 더 가고 싶었지만, 어쨌든 그 먼 길을 가서 아이가 지루해하면 더 힘들겠다 싶어서 그러기로 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아스펜을 선택하지 않고 옐로스톤으로 간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여긴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살아있는 동물원 같은 곳이였어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옐로스톤은 하나의 큰 산이고 숲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동물들마다 자기의 지역구가 따로 있어요. 엘크들이 사는 지역, 무스가 사는 지역, 바이슨들이 사는 지역, 그리고 그리즐리 베어와 블랙 베어가 사는 지역 이렇게 말이죠. 옐로스톤 입구에 들어가면 이런 동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그려져있는 지도를 주는데요, 정말 기가 막히게 그 장소에 가면 그 동물을 볼 수 있더라구요. 아래 지도처럼요.
옐로스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바이슨이에요. 가장 넓은 지역에 걸쳐 살고 있죠. 재밌는 건 옐로스톤 입구 쪽에서 바이슨이 나타나면 관광객들이 신기해서 다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죠. 하지만 점점 공원 안쪽으로 들어올수록 바이슨의 인기는 사그라들어요. 어디를 가도 바이슨은 쉽게 볼 수 있거든요. 바이슨은 성격이 아주 느긋한 것 같아요. 사람을 봐도 도망치는 일이 없고, 심지어 바이슨 가족들은 줄을 지어 아주 천천히 찻길을 건너기도 하죠. 그러면 모든 차들 올스탑. 마지막 바이슨이 안전하게 길을 지날 때까지 차는 움직여서는 안되요. 이곳 옐로스톤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운전 규칙이죠.
그 다음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건 엘크에요. 뿔이 아주 멋지게 달린 엘크는 모두 수컷이죠. 바이슨과 달리 엘크는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는 동물은 아니더라구요. 보통 암컷 엘크들과 아기 엘크들이 함께 다니고 수컷 엘크는 좀 외롭게 혼자 다녀요. 커다란 뿔이 정말 멋진데 이 뿔이 클 수록 엘크 사슴들의 세계에서는 미남으로 통한다고 하더라구요. 또 이 뿔은 늑대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뿔은 수컷들이 제 짝을 찾아나서는 가을이 지나고, 또 겨울을 보낸 후, 매년 3월 정도 봄이 되면 떨어져나가요. 그리고 새로운 뿔이 돋아나는거죠. 매년 봄이되면 옐로스톤 인근의 마을에서는 이렇게 떨어진 엘크의 뿔을 모아서 판매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하네요. 게이저에서 뿜어져나오는 안개로 자욱한 새벽은 엘크를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간이에요. 그 시간은 옐로스톤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들만이 볼 수 있는 비밀의 시간이죠. 안개 속에서 유유히 초원을 산책하는 엘크의 그림 같은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옐로스톤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건 바로 그리즐리 베어에요. 론니 플레닛의 옐로스톤 여행 안내책 표지에 나오는 바로 그 곰이죠. 일단 곰을 보기 위해서는 지도에서 곰이 사는 지역으로 가야되는데, 바이슨이나 엘크 같은 다른 동물들처럼 곰들은 초원에서 편안히 쉬거나 뛰어놀지 않아요. 망원경을 가지고 저 멀리 숲 속 나무 안을 찾거나 아니면 동굴 같은 곳을 찾아야되는데, 우리같은 초보자들 눈에는 쉽게 띄지 않아요. 저희는 곰을 보러 그냥 다음 번에 다시 와야지 자포자기 하고 있을 때 즈음, 정말 운좋게 사냥을 마친 그리즐리 베어를 강 건너에서 볼 수 있었지요.
옐로스톤을 가기 전에는 곰들이 예고도 없이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아주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혼자서 깊은 숲 속을 걸어가거나 그러지 않는 다음에는 그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곰이 저 멀리서 보인다 싶으면 이미 공원의 안전 요원인 파크 레인저들이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해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거든요. 만약 다음 번에 또 옐로스톤을 가서 곰을 찾게 된다면, 그 때는 우왕자왕 직접 곰을 찾아 나서는 대신에, 파크 레인저들에게 우선 물어볼 것 같아요. 만약 친절한 레인저를 만났다면, 지금 즈음 곰이 어디에 나타났는지 살짝 알려줄 것 같거든요.
일주일 간의 옐로스톤 여행을 마치고 다시 1300마일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린 사우스 다코타의 배드랜드 지역을 지나며 마지막으로 산양을 만날 수 있었어요. 시카고의 고층 빌딩촌에 있는 우리집으로 돌아온 지금, 이번 여행에서 만난 옐로스톤 동물들이 생각나요. 오늘도 하루종일 풀을 뜯고, 양쪽 차선을 막으며 여유롭게 길을 건너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