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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n 01. 2021

시카고에도 다시, 여름이 찾아왔다

네이비 피어(Navy Pier) 여름불꽃놀이

지난 일 년 반, 아주 호되게 코로나 시기를 겪었던 미국도 이제 백신이 나온 이후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시카고만 해도 작년엔 모든 학교들의 여름 섬머 캠프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지만 올해는 절반 정도는 다시 문을 열고 있지요. 일 년 내내 학교를 못 다녔던 공립학교 아이들도 지난 3월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씩 조심스럽게 학교를 나가 즐겁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리 집 첫째도 생애 첫 학교인 킨더가든을 드디어 나가게 되었지요. 


한국에서도 요즘 해외를 나가기 어려워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국내 지방 도시로의 여행이 큰 트렌드가 되었듯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곳들이 문을 닫아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던 시기는 지나가고, 이제 사람들은 가족끼리 여행을 다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에 차 타고 두세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거지요. 또 크고 근사한 호텔 대신 아담한 에어비앤비나 캠핑 사이트를 찾아서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 캠핑에 입문한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저도 제 친구네 식구 따라 얼떨결에 캠핑 장비를 사고 캠핑을 몇 번 따라갔거든요. 그리고는 무식하고 용감하게 (예약도 제대로 안 하고)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그랜드 티톤에서 캠핑을 하기도 했죠. 뭐 춥고, 불편하고, 이런 거야 말해 뭐하겠습니까만, 이 세상 그 어떤 비싸고 좋은 호텔보다 평생 오래 기억될 여행이었습니다. (아마도 올해 추수 감사절에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도전하게 될 것 같아요!) 

(옐로스톤 캠핑 여행기 - https://brunch.co.kr/@silvermouse/297


시카고 여름의 가장 반가운 첫 손님, 네이비 피어 불꽃놀이


지난 5월 첫 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드디어 저희 동네에 있는 시카고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네이비 피어에서 매년 여름에 매주 열렸던 불꽃놀이가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이었지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밤 9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불꽃놀이는 시카고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모습이에요. 네이비 피어에 나가며 미시간 레이크 위로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는데,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 시카고의 여름이 찾아온 것입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날 밤, 우리는 우리가 놓치고 갈 아름다운 시카고의 여름을 조금이라도 즐기기 위해 아이 씽씽이를 태워 네이비 피어로 향했습니다. 매년 보아오던 네이비피어 불꽃놀이인데, 올해는 하늘에 팡팡 수놓아질 때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불꽃놀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펑하고 끝나고 그 마지막 불꽃들이 미시간 호수 위로 떨어질 때면, 구경 나온 요트와 페리들은 모두 빵빵 큰 경적을 울립니다. 태어나서 코로나로 세상 구경 많이 못해본 우리 둘째도 처음 보는 광경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지요. 


예전에는 정말 지극히 평범해서 좋은 줄도, 고마운 줄도 몰랐던 것들, 이를 테면,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아이,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카고의 여름 불꽃놀이, 조금씩 돌아오는 이런 일상들이 앞으로는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요. 내년에도,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네이비 피어의 불꽃놀이가 다시는 멈춰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카고 네이비 피어 여름 불꽃놀이

https://navypier.org/eat-drink-play/fireworks/ 


시카고의 여름에 빠져서는 안 될 풍경인 네이비 피어 불꽃놀이는 매주 목요일, 토요일 밤 9시에 열리고 있어요. 꼭 네이비피어를 가야만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레익 쇼어 드라이브를 타고 가거나, 미시간 호수 주변 강가에 앉아 어디든지 볼 수 있지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페리나 요트를 예약하면 되고,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카약을 타고 가서 불꽃놀이 바로 아래에서 시카고 여름을 즐길 수도 있지요. 아, 불꽃놀이는 정확하게 딱 10분만 열려요. 그러니 서둘러 급하게 가기보다는 미시간 호수 주변 적당한 잔디밭에 돗자리 펴놓고 하늘 보고 누워서 불꽃이 팡팡 터지기를 기다려보세요. 그게 아마도 가장 낭만적인 시카고 여름밤 즐기는 방법이 되어줄 거예요.


*카약 타고 불꽃놀이 즐기기  

https://urbankayaks.com/riverwalk-kayak-tours/ultimate-fireworks-tour/

  

*네이비피어 페리 타기

https://navypier.org/cruises-and-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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